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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본회의 '김종필총리' 표결진통…백지투표 시비 몸싸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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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2일 오후 김종필 (金鍾泌) 총리지명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처리하기 위해 개회된 국회 본회의가 여야간의 표결방식 시비로 극심한 파행을 겪음으로써 향후 정국은 급속히 얼어붙을 전망이다.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은 그러나 국회 표결 결과와 상관없이 3일 오전 17개 장관을 포함한 각료를 임명, 새 내각을 출범시킨다.

이로써 지난달 25일 金대통령 취임 후 5일동안 계속된 사상 초유의 '내각부재' 상태가 일단 해소된다.

여권은 국회 표결이 여야간 충돌로 무산될 가능성이 커지자 당분간 金총리서리 체제를 유지한다는 방침을 확인했다.

이와 관련, 박지원 (朴智元) 청와대공보수석은 "국정공백은 더이상 계속돼선 안된다" 며 " (총리서리 체제하의 내각 출범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사활의 문제" 라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은 여권이 표결무산을 이유로 총리서리 체제 출범을 본격 검토하자 헌법재판소에 위헌소송을 내겠다고 경고했다.

한편 여권은 이날의 사태를 계기로 여소야대 (與小野大) 국회구조에 대처하기 위한 정계개편을 시도할 것으로 보여 파문을 예고하고 있다.

또 한나라당이 본회의 직전 소속의원총회에서 '형식적 비밀투표' 를 결의하고 이에 따라 상당수 의원들이 백지투표를 함으로써 국회법상 '무기명 비밀투표' 의 정의에 대한 논란도 계속될 전망이다.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이 자신들의 투표용지를 펴보인 것은 비밀투표 원칙의 위반이라며 무효화를 주장했다.

국회는 이날 오후2시30분 김수한 (金守漢) 의장의 개회선언과 함께 여야 의원 4명의 5분 발언에 이어 오후3시40분쯤 표결을 시작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표결방식을 문제삼은 여권이 투표시작 10분만에 실력저지에 나섬으로써 수차례 투표 중단사태를 빚었다.

특히 임명동의안이 부결될 경우 초래될 위기를 의식한 자민련이 한나라당의 변칙투표를 강력히 제지, 충돌이 가열됐다.

여권은 한나라당 의원이 기표소에 들어가지 않거나 백지투표를 시도하고 있다며 이의를 제기, 투표중단을 요구했고 이에 한나라당 의원들은 불법 투표방해라고 맞서 맞고함과 몸싸움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에 앞서 한나라당은 의원총회에서 '임명동의 불가' 라는 당론을 재확인했으며 국민회의와 자민련 등 야권도 각각 의원총회를 열어 한나라당이 변칙투표를 시도할 경우 이를 저지한다는 당론을 확정했다.

김석현·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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