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함께하는 상상력 놀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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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함께하는 상상력 놀이
처음엔 미술 낙서로… 사물을 색다르게, 표현하도록 유도해야

 널브러진 스케치북, 여기 저기 흩어져있는 크레파스, 시커멓게 변해버린 지우개. 바닥에는 물감자국이 묻어있고 책상에는 지우개 가루가 가득하다. 다른 엄마라면 “방을 왜 이렇게 어지럽혔니”라며 잔소리를 하겠지만 설치미술가 백미현(46·봉천동)씨는 다르다. 오히려 어디선가 하얀 종이를 가지고 와서 땅 따먹기 놀이를 하자고 아들 최명민(9·은천초3)군을 꼬드긴다. 최군은 신이 나서 병뚜껑으로 만든 말을 손가락으로 튕겨댄다. “엄마 땅까지 내가 다 차지할 거야.”
 
분유 깡통으로 직접 퍼포먼스를 하고 조형물을 만드는 등풍부한 상상력이 담긴 작품세계를 펼치고 있는 백씨는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는 발상의 전환이 빠르고 문제해결력이 뛰어나다”고 말한다. 상상력은 다양한 추론과 해석을 가능하게 해주기 때문에 답이 없는 문제를 푸는데 유용하다는 것. 그는 “상상력은 정서적인 어려움을 긍정적으로 극복하는데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문제해결의 열쇠가 되는 상상력은 누구나 갖고 있지만 교육적 자극에 의해 진보할 수도, 퇴보할 수도 있다. 백씨는 집안에 있는 여러 가지 미술 재료를 이용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미술을 접하도록 지도한다. 처음에는 낙서로 시작해 서서히 사물을 다양한 각도로 바라보고 색다르게 표현하도록 유도하는 게 그녀만의 상상력 키워주기 노하우. 예를 들어 학교를 그린다면 평면으로만 그리는 것이 아니라 학교 내부를 투시했을 때는 어떤 모습일지를 상상해서 그리도록 하는 것이다. “집에 있는 꽃병이나 화분 등 쉬운 것부터 그려보게 하세요. 꽃병 안의 줄기는 어떤 모습일지, 물은 얼마만큼 채워져 있을지 등을 생각해보는 거죠. 생각을 말로 표현하면 더 좋아요. 이런 고민의 과정은 상상력과 창의력을 자극한답니다.”
 
백씨는 상상력을 키워주는 가장 좋은 방법이 경험을 많이 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아이들은 자연을 직접 보고 만지는 체험을 통해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된다. 그는 “가족끼리 등산을 하며 야생화들이 피기까지의 과정을 떠올려보거나 아이와 산책을 하며 바람의 냄새를 맡아보라”고 조언했다.
 
독서나 전시회 관람 같은 간접경험도 중요하다. 아이가 좋아하거나 관심 있는 소재 위주로 테마를 정하고 책이나 사전으로 사전에 공부한 뒤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찾아가면 아이들은 작품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된다. 단, 무엇이든현대와 결부시켜 설명해주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19세기명화에 그려진 풍성한 여자의 모습을 요즘의 마른 여자들과 비교해 미의 기준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알려주는 식이다. 일반 박물관이나 미술관 외에 디자인전, 박람회, 테디베어 박물관, 기차박물관 등 이색 테마 전시관을 방문하면 경험의 폭을 더 넓힐 수 있다.
 
요즘 최군은 만화에 빠져있다. 애니메이션을 수십 번씩 되풀이해서 보고 그것들을 토대로 직접 스토리까지 넣어 만화를 그리고 있다. 백씨는 최군의 작품을 묶어 책으로 만들어줬다. “제 경험에 비춰보건대, 무언가에 깊이 빠지고 능력껏 따라하는 것은 일종의 관찰학습이에요. 매번 다른 점을 찾고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거든요. 하나의 세계에 완전히 몰입해 여러 차원으로 접근하고 상상하는 연습이야 말로 깊이 있는 창의력의 원동력이죠.”

*상상력 놀이 유형*
- 종이로 땅 따먹기 놀이하고 그 궤적 색칠하기(사진①)
- 직접 만든 그림카드로 같은 카드 찾기 놀이하기(사진②)
- 인형극을 하며 이야기 꾸미기(사진③)
- 동네 산책하며 동네지도 그려보기
- 유토로 입체감 있는 작품 만들어 보기
- 엄마와 디카로 사진 찍고 편집하기

프리미엄 송보명 기자 sweetycarol@joongang.co.kr / 사진= 김진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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