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미·일 두 정치인의 좌절]최대시련 김창준 미국의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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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정치가로 어렵게 성공한 한국계 인사 및 동포들이 잇따라 추락하고 있다.

주식 불법거래 혐의를 받았던 일본의 한국계 아라이 쇼케이 (新井將敬.4선) 의원은 끝내 죽음을 택했다.

동양계 최초의 미 연방 김창준 (金昌準) 하원의원은 불법 선거자금 스캔들로 정치적 위기에 몰렸다.

한국인의 긍지를 심어준 이들 두 의원의 쇠락을 계기로 그들의 정치역정과 미국.일본 사회에서 성공한 한국인의 생존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살펴본다.

김창준 美 연방하원의원은 미국인보다 더 미국적이라는 평을 들어 왔다.

90년 백인이 75%나 차지하는 다이아몬드바 시장이 된 뒤 성실한 시정으로 백인들의 호감을 샀으며 92년 미 하원에 진출, 내리 3선을 기록했다.

그러나 93년부터 불법 선거자금 모금 혐의가 불거져 지난달 검찰은 그에게 징역형을 구형했다.

그는 이에 따라 의회 윤리위에 회부될지 모르는 최대의 시련기를 맞고 있다.

이번 스캔들을 계기로 두가지 해석이 대두되고 있다.

백인 우월주의 사회에서의 동양인의 성공에 대한 질시와 金의원이 보다 철저한 미국인이 되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현지 언론의 보도는 첫번째 해석을 뒷받침한다.

그를 소수계의 정치력 신장을 상징하는 대표 인물로 치켜세웠던 언론들은 스캔들 후 표적보도로 나가고 있다.

표적수사 의문도 제기되고 있으며 공화당원들마저 사임 압력을 넣고 있는 실정이다.

국무부 고위층에 아시아계가 드물 정도로 동양인에 배타적인 곳이 미국이다.

그러나 그의 처신에 대한 비판도 많다.

동포 법조인들은 "金의원이 선거때 전문법률가.회계사를 고용했더라면…" 이라며 "한국에서나 통하는 주먹구구식 적당주의는 안 통한다" 고 입을 모은다.

첫 동양계 상원의원인 일본계 대니얼 이노우에는 당선후 일본을 방문한 적이 없고 일본관계 심의에는 의도적으로 자리를 피했다고 한다.

하지만 金의원은 한국을 자주 오가며 "대미 (對美) 로비가 강화돼야 한다" 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정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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