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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군수업체 民需로 '활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냉전종식으로 지역분쟁 양상이 바뀜에 따라 미 군수 (軍需) 산업체들이 무게중심을 민수 (民需) 쪽으로 돌려 기업성격을 1백80도 바꾸고 있다.

록히드 마틴의 경우 전투기에 장착되는 피아 (彼我) 탱크 식별장치를 만들던 기술을 응용, 뉴욕시의 교량.터널에 이지패스 (E - Z Pass)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지패스란 차량에 붙이는 일종의 통행증을 가리킨다.

톨게이트의 감응장치가 이를 인식해 차량을 그대로 통과시키고 차량 소유자의 은행계좌에서 자동으로 통행료를 인출한다.

록히드 마틴은 또 옛소련의 인터스푸트닉사와 합작, 통신위성 사업에 뛰어들었고 군사 모의훈련용으로 개발한 3차원 그래픽 컴퓨터칩을 상업화하기 위해 인텔과 공동연구에 나섰다.

록히드 마틴은 90년대초까지 매출액 가운데 80%였던 군수장비 비율을 현재 50%로 낮췄고, 10년내 다시 25%까지 축소할 계획이다.

군수장비 납품 비중이 현재 43%인 보잉과 32%인 레이시언도 10년안으로 그 비중을 절반으로 낮추기로 했다.

미 국방부의 신무기 조달예산은 85년 9백70억달러였으나 지난해 4백40억달러로 12년동안 절반 이하로 대폭 줄어들었다.

국방부는 이미 93년 대형 군수산업체 10여곳 대표들과의 만찬 (업계는 이를 '최후의 만찬' 이라고 부름) 시 냉전종식에 따른 무기구입 축소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때부터 군수산업체간의 기업 인수.합병 (M&A) 이 활발해지면서 군수산업은 록히드 마틴과 보잉.레이시언 등 이른바 '빅3' 로 정리됐다.

이들은 첨단 무기시스템에 적용했던 전자.통신.위성.정보분야의 기술력을 활용해 민수시장을 충분히 뚫을 수 있다고 자신한다.

한편 캘리포니아에서는 군수산업체 기술자들이 컴퓨터 관련 업체나 영화사 특수효과팀, 놀이공원의 장치개발실 등으로 대거 전직하는 등 민수에서 살 길을 찾는 업계분위기를 그대로 말해주고 있다.

뉴욕 = 김동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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