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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클립] Special Knowledge <33> 정부 정책 결정 어떻게 이뤄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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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호 기자


국무회의 헌법에 규정돼 있는 공식 논의체다. 헌법은 2개 조항(88, 89조)에서 국무회의를 따로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 및 국무총리와 15명 이상 30명 이하의 국무위원으로 구성된다. 국무회의에서는 정부가 국회에 제출할 법률안을 심의·의결한다. 대통령령이나 법률안 시행령 개정안 등은 국무회의 의결을 통해 바로 효력을 발휘한다. 그러나 사전에 부처별로 협의와 조정을 거친 다음에 상정되는 까닭에 토론의 의미는 약하다.


차관회의 국무회의 전 단계에 열리는 것이 차관회의다. 국무회의에 제출된 의안과 국무회의에서 지시받은 사항을 심의하기 위해 열린다. 회의는 장관급인 국무총리실장이 주재하고 각 부처의 차관(급)으로 구성된다. 대통령령을 근거로 행정부가 임의로 구성한 회의체이지만 차관들의 전문적인 의견을 반영해 부처 간 협조를 원활히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올해 들어 실세 차관이라 불리는 박영준 국무차장,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차관 등이 가세하면서 무게가 더 실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정협의 행정부와 여당의 정책 조율을 위한 기구다. 정부가 구현하려는 정책은 많은 경우 입법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당정협의가 필수적이다. 당정협의는 국무총리 및 장관들과 당 대표, 정책위의장 등이 만나는 고위 당정협의와 분과별 정책조정위원장이 차관급과 만나 의견을 주고받는 실무당정협의로 나뉜다. 청와대 비서실장이나 수석비서관 등이 함께하는 고위 당정청 협의회가 열리기도 한다.

국무회의 주요 규정

ㆍ정례 국무회의와 임시 국무회의로 구분하되, 정례 국무회의는 매주 1회 소집하고, 임시 국무회의는 필요에 따라 그때그때 소집한다

ㆍ구성원 과반수의 출석으로 개의하고, 출석구성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

ㆍ국무위원이 국무회의에 출석하지 못할 때에는 각 부의 차관(특임장관실의 차관을 포함한다)이 대리해 출석할 수 있다. 대리 출석한 차관은 발언할 수 있으나 표결에는 참가할 수 없다.

ㆍ국무회의에는 대통령실장·국무총리실장·법제처장·국가보훈처장·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금융위원회위원장 및 서울특별시장이 배석한다. 다만, 의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중요 직위에 있는 공무원을 배석하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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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부세 처리로 본 정책 결정 과정

종합부동산세 어떻게 처리됐나

1  2003년 10월 31일 종부세 정부 법안 발표
정부,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기 위한 고강도 대책’

2  2004년 11월 1일  정부와 여당(당시 열린우리당), 당정협의 통해 의견 조율 종합부동산세법 제정안 의원입법 형태로 정기국회 제출키로 합의

3  11~12월  법률안 국회 제출 및 상임위 통과
종부세법 제정안 국회 제출(김종률 의원 대표발의), 재정경제위원회 전체회의 상정

4   2005년 1월 1일  의장 직권 상정 및 본회의 통과
국가보안법을 둘러싸고 대치 중이던 여야, 극적 합의로 차수 변경해 새해 첫날 통과

5   8월 31일  정부, 8·31 대책 발표
부동산 가격 진정 기미 보이지 않자 과세기준 낮추고 인별 합산을 세대별 합산으로 변경. 김병준 당시 대통령 정책실장, “헌법만큼 바꾸기 힘든 부동산 정책을 만들겠다”

6   2008년 1월 14일  정권교체 후 새 정부, 종부세 개편 방침 천명
당시 이명박 대통령당선인 신년 기자회견에서

7   9월 30일  정부, 종부세 개정안 국무회의 의결 10월 2일 국회 제출
과세기준 9억원으로 완화하고 세대별 합산을 인별 합산으로 바꾸는 내용

8   11월 13일  헌법재판소, 종부세 일부 조항 위헌 및 헌법불합치 판결
전원재판부 회의 열고, “세대별 합산 조항은 위헌, 장기 1주택 보유자에 대한 과세는 헌법불합치” 판결

9   11월 19일  국회 기획재정위 전체회의 상정 및 12월 5일 의결
기획재정위, 여야 합의로 수정안 (과세기준 6억원, 장기 주택 보유자에 3억원 공제 등) 합의

10   12월 2일  본회의 의결
찬성 182, 반대 0, 기권 2표로 종부세법 개정안 통과


1 정부 도입→의원 입법→국회의장 직권상정

종부세가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03년 10월 29일 발표된 ‘10·29 부동산시장 안정 대책’에서다. 정부는 “특정 지역에 아파트를 여러 채 보유하면서 이를 투기 목적과 재산 증식 수단으로 쓰는 것을 철저히 차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발표 당일 노무현 정부는 제3차 경제민생점검회의, 부동산 관계장관회의를 잇따라 열고 정책을 최종 조율했다. 종부세는 이틀 뒤 나왔다. 부동산보유세개편추진위원회는 보유세 강화 방안을 발표하며 ‘종합부동산세’라는 용어를 처음 공식적으로 사용했다. “부동산 과다 보유자에 대한 과세 강화와 부동산 투기 억제를 위해서”(당시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였다. 행정부가 종부세의 도입 주체인 셈이다.

이후 공은 정치권(입법부)으로 넘어왔다. “징벌적 세제”라는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의 공격과 “보유세 현실화”라는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렸다. 여권 내부에서도 정부와 일부 이견을 보이며 수차례 당정협의를 거듭했다. 지루한 공방전 끝에 2004년 11월 18일, 김종률 의원 대표발의로 ‘종합부동산세법률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나성린 의원은 “행정부의 입법 사안이 의원입법 형태로 우회 처리된 대표적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시 정국은 국가보안법 등을 둘러싸고 꽁꽁 얼어 있었다. 재정경제위(현 기획재정위) 전체회의에 상정(12월 7일)됐으나 한나라당이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장을 점거하면서 처리가 무산됐다. 그러다 2004년 마지막 날, 여당이 국보법을 향후 논의키로 하면서 극적으로 처리에 합의했다. 종부세는 1월 1일 본회의에서 당시 김원기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해 찬성 170, 반대 69, 기권 8표로 통과됐다.

2 과세기준 낮춘 개정안 여당 단독 통과

종부세를 도입했음에도 부동산 가격의 상승세는 꺾이지 않았다. 여권은 곧 ‘8·31 부동산 대책’이란 초강수를 빼들었다. 핵심은 종부세 강화였다. 2006년부터 주택과세기준 금액을 공시가격 6억원으로 대폭 낮추고 세대별 합산을 도입해 서울 강남이나 신도시의 30평형 선 아파트까지 모두 과세 대상에 집어넣었다. ‘세금폭탄론’이 제기되면서 조세저항 움직임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이후 처리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애초 종부세법을 대표 발의한 김종률 의원이 144명의 서명을 받아 종부세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한나라당은 사학법을 둘러싼 극한 대립으로 장외투쟁 중이었다. 그해 말, 한나라당이 불참한 상태에서 열린우리당 단독으로 재경위·법사위·본회의를 차례로 거쳐 종부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때 인별 합산이었던 것을 세대별 합산으로 바꿔 사법부의 정책 개입에 대한 빌미를 제공했다.

3 정권 바뀌자 정책 완화 위한 당정협의

이명박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 1세대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감면을 대선공약에 포함했다. 당선인 시절에도 “부동산 경기를 파악해 올 하반기에 (종부세를) 검토할 생각”(2008년 1월 14일 신년기자회견)이라고 밝히면서 종부세 개정은 기정사실화됐다.

4월 총선 이후 여권은 곧바로 종부세 개편작업에 착수했다. 이종구·이혜훈 의원 등 강남 지역구 의원들이 앞다투어 종부세 개정안을 냈다. 정부의 입장도 강경했다. 당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종부세를 두고 “노무현 정부의 대못으로 존속이 불가하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과세 기준을 9억원으로 완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종부세 개정안을 마련해 9월 30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부자감세’ 여론을 의식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특히, 과세기준(9억원으로 완화 대 6억원 유지)을 놓고 이견을 보였다. 이후 정부와 한나라당은 수 차례 당정협의를 열고 이견을 조율해 나갔다.

4 세대별 합산 위헌 판결→정부입법 개정안 국회 통과

종부세를 둘러싸고 여야는 물론 여당 내에서 논쟁이 한창일 때 ‘돌발변수’가 등장했다. 헌법재판소가 ‘세대별 합산’을 위헌 판결하고, 장기 1주택 보유자에 대한 과세를 헌법 불합치라고 결정한 것이다. (11월 13일) 위헌 판결로 해당 조항은 당장 손봐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처럼 사법부가 정책 결정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개입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정책은 결국 법을 통해 구현되는데, 법을 적용하고 때론 법 자체를 판단하는 것이 사법부이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행정수도 이전은 ‘관습헌법’ 위반이란 이유로 위헌 결정이 나왔고, 호주제도 위헌 판결에 따라 폐지된 게 대표적인 사례다.

헌재 판결 이후 종부세 개편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민주당 등 야권도 더 이상 반대만을 하기 힘들어졌다. 종부세 개정안은 10월 2일 당정협의를 거쳐 정부입법 형태로 국회에 제출됐다. 이후 기획재정위 전체회의에 상정된 종부세안은 야당과의 협의를 거쳐 수정안이 통과됐고, 지난해 12월 2일 찬성 182, 반대 0, 기권 2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뉴스 클립에 나온 내용은 조인스닷컴(www.joins.com)과 위키(wiki) 기반의 온라인 백과사전 ‘오픈토리’(www.opentory.com)에서 다시 볼 수 있습니다. 궁금한 점 있으세요? e-메일 기다립니다. newscl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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