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정책위의장 가세…친박계 표몰이 현실화할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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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빠진 경선'이 될 줄 알았던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 열기가 살아나고 있다. '경선 연기론'이 한풀 꺾이고 친박 최경환 정책위의장 카드가 안상수·정의화·황우여 '3파전'에 불을 붙였다. 다음은 중앙SUNDAY 기사 전문.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에 ‘늦불’이 붙었다. 경선 연기론에 힘이 빠지고, ‘러닝메이트 1순위’로 꼽혔지만 경선 참가를 고사했던 친박계 최경환 의원이 출마하면서다.

15일 민주당에선 이강래 의원이 새 원내대표로 뽑혔다. 김부겸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장과의 ‘주류-비주류’ 대결에 뒤늦게 가세한 ‘김대중(DJ) 심복’ 박지원 의원의 선전으로 선거 열기는 뜨거웠다. 하지만 같은 시간 한나라당에선 원내대표 경선이 일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연기론’이 한창 논의되고 있었다. 한나라당 쇄신특위가 ‘원내대표 경선 연기’를 첫 논의 과제로 정한 것이다.

12일께부터 친이 주류 쪽을 중심으로 경선 연기론이 제기됐다. ▶친박계 김무성 의원을 원내대표로 추대하려는 시도가 박근혜 전 대표의 반대로 무산된 데 따른 후유증을 극복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고 ▶미디어 관련법 등 쟁점 법안을 현 원내 지도부가 결자해지해야 하며 ▶쇄신특위가 원내대표 문제도 다룰 수 있도록 쇄신안이 완성될 때까지 경선을 늦추는 게 좋다는 논리였다. 안상수·정의화·황우여 의원 등 출마 의사를 밝힌 원내대표 후보들이 “당헌·당규에 어긋난다”며 강하게 반발했지만 연기론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15일 쇄신특위가 이 문제를 공론화한 배경이다.

친박 “경선 연기, 원칙 어긋나”
원희룡 쇄신특위 위원장과 나경원 쇄신특위 위원 등이 ‘경선 연기론’에 무게를 실었지만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았다. 간담회에 참석한 재선 의원 7명 중 찬성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초선 의원 37명도 반대 의견 쪽으로 기울었다. 특위 위원 사이에서도 찬반 양론이 팽팽했다. ▶이미 출마 의사를 밝힌 후보들이 있고 ▶당헌·당규에 어긋나며 ▶경선 예정일이 21일이어서 시일이 촉박하다는 게 주된 반대 이유였다.

친박 쪽도 ‘경선 연기론’에 부정적이다. 친박계의 한 중진 의원은 “경선 연기론을 주장하는 쪽이 주로 친이계 아니냐”며 “혹시라도 경선을 늦춰 ‘김무성 카드’를 다시 추진하려 한다면 잘못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친박계 재선 의원은 “박 전 대표가 김무성 추대론을 반대했던 것과 같은 이유로 당헌·당규와 기존 후보를 무시하는 경선 연기론은 반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친이계 재선 의원은 “홍준표 원내대표의 임기가 29일 끝나지만 미디어법 통과를 마무리하고 가는 게 옳다고 본다”면서도 “홍 원내대표가 임기 연장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안상수 의원은 기자에게 “주호영 원내 수석부대표에게 15일 확인해 보니 홍 원내대표가 임기 연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을 방문 중이다. 원내대표 경선 공고일인 18일 오후 귀국 예정이다.

원희룡 위원장은 여전히 경선 연기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 원 위원장은 “경선 연기는 특위가 아니라 의원총회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며 “선거 당일이라도 의원들이 공감대만 이룬다면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에 의견 수렴 작업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당헌 제70조에 따르면 재적 의원 10분의 1(현재 17명) 이상의 요구가 있으면 의원총회를 열 수 있다. 친이계 모임인 ‘함께 내일로’도 조기 전당대회 등을 요구하기 위해 18일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박지원급 다크호스’ 나올까
선수가 나와 있는데도 관중은 계속 딴 곳을 바라봤던 ‘김빠진 경선’은 21일 예정대로 치러질 게 유력해지면서 열기가 되살아나고 있다. ‘러닝메이트 1순위’였던 친박계 최경환 의원의 경선 참여 소식도 불을 댕겼다.

최 의원은 친박계이면서도 수석정조위원장을 지내는 등 주류 쪽과도 가깝고 정책 경험이 풍부해 세 후보 모두에게서 러브콜을 받았다. 재선인 최 의원은 처음엔 경륜 부족을 이유로 고사했다. 이 때문에 안 의원은 친박 성향의 김성조 여의도연구소장을, 정 의원은 경제 관료 출신의 이종구 의원을 러닝메이트로 택했다. 황우여 의원은 15일로 예정됐던 출마 선언까지 늦추면서 최 의원 영입에 공을 들였다. 황 의원은 16일 밤 기자와의 통화에서 “최 의원 쪽과 오늘 대책회의를 했고 ‘고민 끝, 준비 시작’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18일 함께 출마 선언을 하겠다”고 말했다.

친박 진영에서는 “최 의원과 손을 잡는다면 황 의원 쪽에 표를 던지겠다”는 반응이다. 상대적으로 약세로 평가받던 황 의원이 최 의원을 영입하면서 치열한 ‘3파전’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민주당 경선 때 예상 밖의 파란을 일으켰던 ‘박지원 득표력’처럼 한나라당에서도 ‘최경환 효과’가 현실로 나타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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