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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프로그램보다는 아이들의 삶을 드러내고 싶어”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14호 31면

건축가 이민과 손진의 일련의 작업은 웅변하지 않고 낯설도록 소박하고도 고유한 모습으로 주목을 끈다. 그들의 건축은 대지가 가진 지형적·사회적 조건에 대응하는 솔직하고 자유로운 태도로 콘크리트, 천연 모르타르, 시멘트 미장, 벽돌 등을 마치 거기 오래 있었던 듯이 새로 구축한다. 추상적 개념보다는 건물이 드러나기를 바란다는 말로 시작된 짧은 대담을 질문과 답 형식으로 정리해 본다.

건축가 이민·손진

-아란유치원의 계획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프로그램보다는 건축의 물리적인 힘, 존재감, 재료와 빛이 우리에게는 더 놓칠 수 없는 것들이다. 우리에게 대지의 입지와 지형 조건은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중요한 출발점이다. 주변의 환경에 대응하여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아란유치원은 진입로와 3m의 차이를 가진 대지라는 점, 공원과 주거단지로 둘러싸인 입지, 레지오 접근법을 근간으로 하는 유치원의 교육철학이 프로젝트의 출발점이었다.”

-교육방식에 대응하여 공간 구성을 제안한 것인가.
“아이들이 전체를 인지하며 부분적인 공간을 점유하기를 바랐다. 느슨한 파악이 가능한 공간,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행위가 이루어질 수 있는 공간을 생각했다. 이전에 레지오 접근법을 참고하기 위해 이탈리아의 한 유치원을 방문한 적이 있다. 어린 아티스트들의 에너지로 가득 찬 학교를 돌아보면서 이것은 교육방법이나 프로그램이라기보다 오히려 자신의 생에 대하여 생생하게 반응하는 삶의 한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런 경험은 어린이 교육시설을 설계하는 일이란, 앞으로 만들어질 세상에 대하여 세심하게 귀 기울이는 일이라는 사실을 우리에게 일깨워 주었다.”

-자연스러운 재료들이 다소 거칠어 보인다. 물성과 재료에 대한 생각은.
“변화하면서 오래 유지 가능한 재료를 선택한다. 아란유치원은 우리가 시공까지 했다. 어렵지만 현장까지 연속되지 않으면 우리의 의도가 구현되기가 힘들다. 시각에 의존하기보다 촉각에 의존하여 지각되는 재료 마감을 지향하기 때문에 시멘트 미장 등 현장에서의 수작업을 통해 그러한 느낌을 살리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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