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이'현재윤 매섭네…삼성 주전 포수 꿰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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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윤(25.삼성)의 별명은 '방글이'다. 늘 웃음을 눈가에 달고 다녀서다. 1m74㎝.72㎏의 크지 않은 몸집에 잘 웃기까지 해 운동선수같지 않다. 그런데 포수라니. 포수하면 '헐크' 이만수(시카고 화이트삭스 코치)를 떠올리는 삼성팬의 눈에 현재윤은 아직 설다. 당장 직속 선배만 해도 1m82㎝.90㎏의 진갑용이 아닌가.

그러나 귀엽다고(?) 우습게 보면 안 된다. 신일고 시절부터 그는 팀을 전국대회 정상에 세번이나 올려놓은 실력파다. 대학(성균관대)에선 '핵잠수함' 김병현(보스턴 레드삭스)과 호흡을 맞췄다. 김병현이 떠난 뒤에도 혼자 남아 4학년 때 팀의 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계약금 1억8000만원. 적지 않은 돈을 받고 2002년 삼성에 입단한 현재윤에게 그렇지만 프로의 문턱은 높았다. 진갑용이란 거물이 버티고 있었다. 그는 거의 전 경기를 소화하며 타율도 3할에 육박하는 흔들림 없는 주전 포수였다. 그늘에 가린 현재윤은 2년 동안 고작 54경기에 나왔다. 드문드문 나오다 보니 투수 리드는 늘 삐걱댔고, 타율도 바닥이었다.

그런데 기회가 찾아왔다. 지난 5월 중순. 진갑용이 무리한 주루 플레이를 하다 허벅지 근육이 파열되는 상처를 입었다. 타격은 가능했지만 포수로는 나올 수 없었다. 좀 미안했지만 현재윤은 기회를 꽉 잡았다. 우선 수비에 집중했다. 파울을 잡기 위해 그물에 매달리는 파이팅을 보였고, 상대팀 타자들을 연구해 다양한 볼 배합으로 투수를 리드했다.

투수들 가운데 "(현)재윤이랑 호흡이 더 잘 맞는다"는 이들이 늘어갔다. 합격점. 삼성의 더그아웃은 진갑용을 지명타자로 돌렸다.

남은 문제는 방망이였다. 타율이 1할대 중반을 맴돌았다. 그러나 현재윤도 대학 때 타율 0.375를 기록했던 강타자. 적응기를 다 거쳤는지 이달 들어 타격도 살아나고 있다. 최근 다섯경기에서 18타수 4안타를 쳤다. 시즌 타율은 0.197로 올랐다. 홈런도 두 방이나 쏴올리며 장타력을 과시했다. 지난 8일 광주 기아전에서도 2점 홈런을 터뜨렸다.

주전 포수가 된 소감을 물으면 "아직 주전 아니에요. 언제든 갑용이 형이 나오면 비켜나야죠"라고 웃는다.

그는 "최근 승엽이 형이 자기가 쓰던 손목보호대를 보내줬는데 그걸 차고부터 힘이 솟는 것 같아요"라며 또 웃었다. 그는 일본 진출 전 이승엽(롯데 머린스)과 원정경기 때마다 한 방을 쓴 각별한 사이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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