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살 이종범이 사는 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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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종범이 안 나오지?"

김인식 한화 감독은 12~14일 KIA와 대전 3연전을 앞두고 취재진에게 이렇게 물었다. 최근 KIA 이종범(39)에 대한 뉴스가 뜸했던 탓이었다. 이종범은 12일 경기에서 벤치를 지켰지만 13~14일에는 2번타자로 선발 출장했다. 그는 이틀간 10타석 7타수 2안타 4타점 2득점을 기록했다. 올 시즌 성적은 타율 0.265, 1홈런, 4도루. 그다지 눈에 띄는 성적은 아니다.

이종범의 활약은 숫자로 드러난 게 전부가 아니다. 그의 활약은 수치로 표시하기 힘들다. 마흔 줄에 들어선 그의 야구는 '희생'이기 때문이다.

이종범은 14일 1회 첫 타석에서 볼넷을 얻었고, 3회 1루 땅볼로 1루주자 김원섭을 2루로 보냈다. 6회 1사 2·3루에선 우익수 희생플라이를 쳤다. 안타는 없었지만 철저하게 밀어치는 팀 배팅으로 진루타 내지 희생타를 기록했다.

13일에도 그랬다. 이종범은 1회 2루 땅볼로 진루타를 때려 선취점을 이끌어냈고, 2회 1사에선 우전안타를 때린 뒤 견제 실책을 틈타 3루까지 내달린 끝에 홍세완의 적시타 때 홈을 밟았다. 4회 선두타자 김원섭이 3루타를 치고 나가자 이종범은 곧바로 중전안타로 타점을 올렸다. 이어 5회 무사 1·3루에서 2루 땅볼을 굴려 득점타를 기록했고, 7회 1사 3루에서는 우익수 희생플라이를 때렸다. 그는 포문을 열고, 흐름을 이어가고 직접 해결도 했다.

이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영양만점인 이종범의 활약으로 KIA는 두 경기를 모두 잡고 올 시즌 처음 4위에 올랐다.

지난 2년간 구단으로부터 은퇴 압력을 받았던 이종범은 전면에 나서는 대신 구멍 난 포지션을 메우고, 작전수행 능력이 떨어지는 팀 타선의 숨통을 틔우고 있다. KIA의 한 코칭스태프는 "전성기엔 누구보다 화려한 야구를 했던 이종범이지만 지금은 그 어떤 선수보다도 희생적"이라고 평가했다.

KIA는 올 시즌을 앞두고 세대교체를 이유로 베테랑 선수 대부분을 2군에 내려보냈다. 그런 가운데 이종범은 14일까지 팀이 치른 35경기 중 32경기에 출전하며 존재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이종범은 "공·수·주 중 어느 것이라도 한 가지만 생각하면 안된다. 여러 상황을 미리 생각하는 야구가 필요하다. 그래야 KIA가 더 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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