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톱]SBS 새 수목드라마 '옛 사랑의 그림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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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SBS가 25일 선보이는 드라마 스페셜 '옛 사랑의 그림자' (수.목 밤9시50분) 는 남녀 간의 애증 같은 통속적 소재를, 남편의 옛 여자를 정점으로 하는 삼각관계로 엮은 드라마다.

눈치 빠른 시청자는 '정말 다른 드라마' 라는 SBS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단번에 이 드라마가 신파와 미스테리적 이야기 전개에 파국적 결론과 '왜 봤나' 싶은 짜증 섞인 후회로 이어지는 상투적 멜로물이라고 단정할 것이다.

시사회의 반응은 '반은 맞고 반은 더 두고봐야 한다' 는 것. 지난 19일 3회까지 시사한 '옛 사랑…' 는 첫사랑의 상처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선주 (방은희 분)가 아내와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사는 현우 (김주승 분) 의 주변에서 방황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선주는 가정의 평화를 깨는 '악역' 임에도 선뜻 단죄의 돌을 던질 수 없는 캐릭터를 갖고 있다.

옛 남자의 아내에게 증오를 품으면서도 그녀의 선량한 성품에 흔들리며 현우 주위를 맴돌지만 어떠한 적의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실연의 고통으로 참혹하리만큼 아파할 때 공감과 연민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방은희의 호연은 자극적인 설정때문에 자칫 저급한 통속물로 전락할 수 있는 이 드라마의 균형을 잡아준다.

참석자 가운데 선주의 역할에 대해 불륜이란 주장도 제기했지만 전화부스에서 섬뜩할 정도로 절규하는 그녀의 오열이 그럴 수 있다는 실감을 자아내기 때문에 여기선 불륜이라는 기준이 값싸진다.

이 장면은 애인을 버리고 다른 여자와 결혼한 남자들이 오싹함을 느낄 만큼 사실적이다.

방은희는 예의 힘있는 연기로 시선을 붙들지만 TV는 연극무대가 아니라는 점, 다수의 안방 시청자가 관객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둔 감정분출의 절제가 요구된다.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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