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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민노총, 경기지역 산하 9개 노조를 본받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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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경기지역의 민주노총 산하 9개 공공기관 노조가 그제 경기도와 ‘노사정 대타협’을 선언했다. 1999년 민주노총이 노사정위를 탈퇴한 이래 소속 단체가 사회적 합의에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참여 단체들의 면면을 보면 한결같이 강성투쟁으로 소문난 곳들이다. 경기도립의료원 수원병원 지부 등 6개 병원 노조와 전국문화예술노조 등 3개 공공서비스 노조들은 그동안 민주노총의 전위부대 역할을 해왔던 핵심 세력들이다.

이들이 노사정 대타협 참여를 불허하는 상급단체의 지침에 불복한 것은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다. 끝없는 정치투쟁과 비리부패를 일삼는 지도부를 계속 따르다가는 공멸하고 말 것이라는 절박함이 작용한 것이다. 초유의 실업대란에서 일자리를 보전하려면 사측과 공생해야 한다는 현실인식도 한몫했다. “법이나 다름없는 상부의 지시를 무시한 것은 징계를 감수한 일이었다”는 한 참여노조 지부장의 말이 이런 절박함을 대변한다.

민주노총이 ‘공공부문 개혁 저지’ 등 반(反)시장적인 정치투쟁을 고집한다면 산하 단체들의 이탈은 계속 이어질 게 틀림없다. 변화를 거부하고 시대 흐름을 거스르려는 상급단체에 더 이상 목을 매는 것은 공멸을 자초하는 무모한 일이기 때문이다. “현장이 이성적으로 변하고 있다”며 파업포기를 선언한 지 불과 며칠 만에 산하 노조들의 ‘촛불집회’ 주도를 방치하는 이중성을 보이는 것이 민주노총 지도부다.

민주노총은 정신을 차리고 현실 속으로 들어오기 바란다. 올 들어 이미 10여 개 산하 노조가 민주노총을 탈퇴했다. 어제는 현대건설 등 4개 노조가 건설업종 소속 산하 단체로는 처음으로 탈퇴를 선언했다. 이대로 가다간 총파업은 고사하고 하부구조 붕괴로 자멸할 상황이다. 경기도 산하 지부들의 행동은 민주노총이 갈 길을 앞서 보여준 것이다. 지금 국민이 바라는 것은 고용안정이며, 노동단체가 해야 할 일은 조합원의 일자리 유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국민들도, 산하 노조들도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에 솔선해서 복귀하기를 바라고 있다. 이를 거부하면 산하 조직들이 대신할 것이다. 경기지역 9개 노조들은 그 시작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