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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극복 과학기술정책 국제세미나…'벤처'육성이 재도약 지름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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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서구사회가 2백년동안 이룩한 경제성장을 40년만에 따라잡은 한국에 대한 평가는 외견상 A학점. 그러나 국제통화기금 (IMF) 구제금융이후 급격히 평가절하되고 있다.

통일시대준비위원회는 중앙일보사 후원으로 17일 'IMF극복을 위한 과학기술정책 국제세미나' 를 열고 한국의 발전과 위기를 과학기술적 측면에서 평가.전망했다.

참석자들은 한국의 경제위기는 외화 부족 이전에 과학기술력이 약해 상품경쟁력이 떨어지고 다시 무역경제의 약화로 연결되는 악순환의 고리로 풀이했다.

발표자인 美하버드대 루이스 브랜스콤교수의 지적은 좀더 날카롭다.

과학기술지도자 교육은 물론 대기업의 기술이전및 습득을 아직까지도 외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것. 한국의 기술도입비는 전체 기술개발투자비의 20%.이 액수는 환율상승으로 더욱 늘어나 한국의 독자적 기술개발 기반을 흔들어놓고 있다.

그는 또 관료주의가 공.사립연구소의 기술개발에 지나치게 개입하므로서 창의성을 떨어뜨린다는 것도 지적했다.

이같은 강요된 발전은 벤처기업의 자생적인 성장을 막는다는 것. 기술특화된 중소기업이 별로 없고, 창업율이 떨어지며, 은행은 모험기업의 지원을 주저하는 것도 발전을 저해하는 이유들. 동경대 후미오 고다마교수는 일본의 기술발전이 '협력에 의한 기술습득' 인데 반해 한국은 자본재 상품 수입을 통해 기술을 터득하는 '포용에 의한 습득' 이 주된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일본 동경과학기술연구소 연구원의 95%가 자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반면 한국은 대부분 해외학파가 주류를 이뤄 기술자립도에서도 크게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같은 지적에도 불구, 한국이 가진 자산과 독특한 기술개발양식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는 이론도 제시됐다.

'역 (逆) 활용 전략' 이라는 새이론을 제시한 국민대 사회과학대 김종범교수는 "자본재 도입을 통해 조립업체와 생산설비업체의 기술적 능력을 동시에 키워나가야 한다" 고 말했다.

세계적 수준을 자랑하는 철강산업과 반도체산업은 '역활용전략' 의 좋은 예. 그는 "우리나라가 처음 이 시장에 개입할 때는 선진국과 기술격차가 심했지만 역활용전략으로 이제는 기술수준이 역전됐다" 며, "고급자본재 수입을 부정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이를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고 강조했다.

고다마교수는 "폐쇄적인 과학기술 보호주의는 기술개발의 고립을 초래한다" 며 "기술이전과 습득은 일본의 협력모델, 한국의 포용모델을 결합한 형태로 발전시켜야 한다" 고 말했다.

특히 일본기업중 기술집약적 장비공급업체의 경우 하청업체와의 공동특허 신청이 31~61%에 이른다고 설명하면서, 대기업은 기술력을 보유한 하부 협력업체와의 기술개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브랜스콤교수는 "지금과 같은 국가재정긴축 기조에서 정부는 과학기술예산을 줄이고싶은 '유혹' 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고 전제, "그러나 경제회복과 성장을 위한 혁신은 기술의 가치획득에 있는 만큼 새정부는 연구와 인재양성을 위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줄 것" 을 당부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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