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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12개월 아기 수족구병 감염돼 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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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국내에서 장 바이러스, 일명 수족구병 사망자가 처음 나왔다. 질병관리본부는 13일 “수원에 사는 12개월 된 여자아이가 지난달 28일 두드러기 증상을 보인 뒤 이달 4일 혼수상태에 빠져 5일 사망했다”고 말했다. 또 서울의 20개월 된 여자아이는 지난달 18일 열이 나고 물집이 생기기 시작해 7일 왼쪽 다리 근육이 약화되는 증세가 나타났다.

수족구병은 국내에서 한 해에 수천 명이 걸리는 흔한 바이러스 질환으로 가볍게 앓다 지나가는 병이다. 이번처럼 합병증이 생겨 중병으로 번지는 경우가 드물고 숨지는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질병관리본부 권준욱 전염병관리팀장은 “사망한 여아의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 결과 최근 중국과 동남아에서 유행하는 엔테로바이러스 71형과 98% 일치했다”며 “사망자가 다니던 소아과를 통해 역학조사를 한 결과 사망자는 중국을 여행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엔테로바이러스 71형은 2000년과 2001년에 국내에서 유행한 적이 있지만 당시 사망자는 없었다. 중국에서 올 1~4월 11만5000여 명이 엔테로바이러스 71형에 감염돼 50명이 사망했다.

한국에서는 주로 콕사키바이러스가 유행한다. 20개월짜리 여아는 콕사키바이러스에 감염됐다.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이환종 교수는 “그동안 국내에도 엔테로바이러스에 의한 수족구병이 가끔 발생한 경우가 있었고 콕사키바이러스와 독성이 별 차이가 없었다”며 “하지만 이번에 사망자가 난 것으로 보아 독성이 강한 엔테로바이러스 71형이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사망한 여자아이가 중국에 다녀온 적은 없지만 한국과 중국 사이의 교류가 워낙 많아 이 과정에서 국내에 들어온 엔테로바이러스 71형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권 팀장은 “그러나 올 들어 전국 소아과 187개를 무작위로 추출해 발병 상황을 감시한 결과, 300건이 보고됐으며 우려할 정도로 유행하고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수족구병은 일주일 정도 가볍게 앓다 지나가는 게 보통이다. 예방 백신이나 치료약이 없다. 전염력이 강하기 때문에 감염에 주의해야 한다. 바이러스가 대변에 묻어 있다. 감염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손 씻기이다. 질병관리본부 권 팀장은 “인간 대변을 통해 감염되는 것이니만큼 아이들뿐 아니라 보육원이나 산후조리원에 근무하는 어른들이 아이에게 옮기지 않도록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혜리 기자

◆수족구병=어린이들의 손과 발, 목에 물집과 발진이 생기는 병이다. 장내(腸內) 바이러스에 의해 전염되며 생후 6개월에서 5세까지 영·유아들에게 주로 발생하는 감염질환이다. 손바닥이나 손가락 옆면, 발뒤꿈치나 엄지발가락의 옆면 등에 물집이 생긴다. 38도 전후의 열이 이틀 정도 지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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