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명서시장의 변신 ‘백화점 빰치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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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창원시 명서동 명서재래시장. 두부 한모를 산 뒤 종이쿠폰 한 장을 받아든 50대 주부는 “쿠폰 10장을 모으면 두부 한모를 공짜로 줘 이 집 단골이 됐다”고 말했다.

1년간의 현대화 사업으로 단장한 창원 명서시장. 비가림용 아케이드에는 스프링클러, 조명·방송시설,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다. [황선윤 기자]


주인 김명자(41)씨는 “콩의 원산지에 따라 다른 쿠폰이 지급된다”며“1년 전부터 콩 원산지를 국산·외국산으로 엄격히 구분하고 쿠폰을 나눠준 결과 매출이 제법 올랐다”고 자랑했다.

김씨의 좌판 두부는 청결을 유지하기 위해 모두 비닐로 덮여 있다. 네모 반듯하고 깨끗한 종이에 쓴 가격표도 비닐코팅이 돼 있다. 재래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라면박스에 대충 쓴 가격표와 다른 모습이다.

명서 재래시장이 백화점 못지 않게 확 달라졌다. 상인들이 힘을 모아 지난 1년간 창원시·중소기업청의 지원을 받아 ‘시장 현대화 사업’을 한 결과다. 자신감을 얻은 상인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엽전쿠폰 발행, 배달서비스, 공영주차장 확보 등으로 ‘백화점 따라잡기’에 나서고 있다.

◆비닐 소포장 덕에 매출 30% 올라=명서시장에 들어서면 높다랗게 설치된 비가림용 아케이드가 먼저 눈에 띈다. 이 아케이드에는 화재 때 물을 내뿜는 스프링클러, 조명·방송시설,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다.

가게마다 제각각이던 돌출 간판과 벽면 부착간판은 모두 같은 크기·모양으로 규격화돼 있다. 옅은 갈색의 시장 통로는 소방차가 다닐 정도로 넓고 휴지 하나 없이 깨끗하다. 가게 좌판은 들쭉날쭉하지 않고 일정하다.

이 환경에 맞게 채소가게 주인 이상주(51)씨는 채소를 500~2000원 단위로 비닐 포장해 판다. 좌판이 깨끗하게 정리정돈된 것은 물론이다. 채소에는 국가 원산지뿐만 아니라 국내 생산지역까지 표시해 신뢰를 얻고 있다.

이씨는 “비닐 포장을 하면 신선도가 오래 유지되고 깨끗해 보여 손님이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는 “6개월 전부터 비닐 소포장 판매로 이전보다 30% 많은 하루 100만원의 매출을 유지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시장을 찾은 시민들은 “재래시장이 다 이런 분위기라면 백화점에 굳이 갈 필요 있겠느냐”고 입을 모았다.

◆비결은 상인들의 단결=2005년 5월 상인 190여명으로 설립된 상인회는 설립 첫해에 주머니를 털어 시장 내 골목길을 포장하고 방범등 12개를 설치했다. 시 지원을 받아 3개 화장실을 개·보수했다. 손님 끌기에 나선 것이다.

2007년부터는 음식점에서 위생복을 입거나 앞치마를 두르게 하고 상인과 인근 주민이 하나 되는 한마음축제를 열어 시장을 홍보하고 있다. 상인 130명은 지난 2년 연속 서비스교육을 받았다. 상인회와 상인부녀회(회원 50명)가 합심해 추진해온 일이다.

상인들은 또 한 번 도약을 계획하고 있다. 다음달부터 가게에서 종이 쿠폰 대신 영구적으로 쓸 수 있는 엽전 쿠폰을 발행하고 백화점처럼 배송센터를 설치해 물품 배달에 나서는 것이다.

창원시 직원 윤종은(50)씨는 “다른 시장보다 모범적이어서 시비로 80대 주차능력의 주차장을 만들고 인근 시민이 쉽게 장을 볼 수 있게 바구니를 단 공영자전거 터미널을 곧 설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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