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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과학] 왼손잡이 포수는 왜 없을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6면

왼손잡이 포수를 보셨나요?

야구에서 왼손 포수는 극히 드물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왼쪽 타석에서 타격을 한 포수는 더러 있었지만 이들 모두 공은 오른손으로 던졌다. 134년 역사의 메이저리그에서도 왼손잡이 포수는 역대 33명뿐이다. 그마저 대다수는 다른 포지션의 왼손잡이 선수가 임시방편으로 포수 마스크를 쓴 경우였다.

◆왼손 포수는 수비에서 불리

왼손잡이 포수가 희귀종인 이유는 수비 시 약점 때문이다. 우선 오른손잡이에 비해 3루 도루 저지가 어렵다. 왼손 포수는 오른손에 낀 미트로 공을 잡은 뒤 몸을 왼쪽으로 반 바퀴 틀면서 3루로 공을 던져야 하기 때문이다. 같은 논리로 홈으로 들어오는 주자 블로킹도 어렵다. 2루 도루 저지에도 불리하다는 견해도 있다. 오른손잡이 포수가 던지는 공은 대개 역회전을 먹으면서 2루로 달려드는 주자 쪽으로 휘어 내야수가 태그하기 편하다. 반면 왼손 포수의 공은 반대쪽으로 휘기 때문에 태그 플레이에 불리하다는 논리다.

경제학 이론을 들어 설명할 수도 있다. 미국 케네소주립대 경제학과 부교수인 J C 브래드버리는 “왼손 포수가 사라진 진짜 이유는 기회 비용 때문”이라고 밝혔다. 포수들은 대개 어깨는 강하지만 발이 느리다. 따라서 빠른 공을 던지는 왼손 포수가 있다면 투수로 키우는 것이 낫다는 주장이다. ‘지옥에서라도 데려와야 한다’는 왼손 투수가 팀에 더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사이드암도 오른손 일색

야구에서 왼손잡이가 드문 경우는 또 있다. 잠수함 투수도 거의 모두 오른손잡이다. 왼손 사이드암 투수의 경우 변화구가 오른손 타자의 몸쪽으로 들어간다. 국내 프로야구 타자 중 약 70%는 오른손잡이다. 결국 왼손 사이드암 투수는 대다수 타자가 공의 궤적을 훤히 볼 수 있어 딱 치기 좋은 볼을 던지는 셈이므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최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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