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위,'2시의 데이트…'등 라디오 저질 언어' 무더기 주의·경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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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부도난 중소기업 사장이 한강에서 투신하려 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 "가만히 다가가서 찬물을 끼얹으면, 추워서 강물에 뛰어들지 못한다. " 전국민을 한없이 움츠러들게 한 IMF 한파가 몰아닥친 직후, MBC - FM '2시의 데이트 이문세입니다' 전파를 타고 방방곡곡으로 흘러나간 얘기다.

특정 주제와 상황을 설정하고, 청취자들의 해결방안을 들어보는 이 코너에선 상식 이하의 발언이 잇따라 청취자들을 아연케 했다.

이 프로그램은 최근 방송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주의' 조치를 받았다.

위원회는 "중소기업부도와 사장들의 잇단 자살이라는 현 사회문제에 대해 국민정서를 신중히 고려하지 않은 것" 이라고 질책했다.

청소년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라디오 프로그램들이 무수한 제재와 비난 여론에도 불구하고 상식 이하의 내용을 여과없이 내보내고 있다.

장애인 조롱, 음란성 대화, 비하어 등 갖가지 상상을 초과하는 멘트들이 방송 3사의 채널을 통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거지랑 호모랑 죽었습니다.

염라대왕에게 살려달라 애원하니 '다시는 그런 짓들 말라' 며 보내줬어요. 둘이 가는데 1백원짜리가 떨어져 있는 거예요. 거지가 주우려는 순간 호모가 죽었어요. 거지가 엉덩이를 치켜드는 순간…예, 했습니다.

" (SBS - AM 'SBS PC통신' , 방송위 '경고' 조치) "그 녀석을 잡아서 주리를 틀어서 물기를 뺀 후, 소금을 뿌려서, 박제를 하고. " (KBS2 - FM '이본의 볼륨을 높여요' , 방송위 '경고' 조치) 라디오 프로들의 계속된 심의규정 위반에 대해 방송위원회 함상규 부장은 "제재조치를 내려도 방송사들이 별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 며 "한 번 적발된 프로그램이 반복적으로 지적되는 경우가 많다" 고 밝혔다.

특히 청취자들의 의견을 전화로 듣는 과정에서 돌출성 문제 발언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2시의 데이트…' 를 연출하는 조정선 PD는 "청취자들에게 사전에 주의를 주는데도 막상 방송이 연결되면 예기치 않은 말들을 한다" 며 "현재로선 별 도리가 없다" 고 말한다.

그는 또 "물의를 빚은 '중소기업 사장 자살' 의 경우, 원래의 의도는 사장들을 위로하기 위한 것이었으나 출연자.진행자와의 호흡이 잘 안 맞아 일어난 해프닝" 이라고 해명했다.

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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