낫지 않는 중이염, 수술 없이 치료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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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어린이집에 들어간 태민(4)이는 감기를 달고 살다가 결국 중이염까지 생겼다. 좋아지다가도 다시 재발하기를 수차례 반복하며 지긋지긋하게 쫓아다니던 중이염. 결국 수술을 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고 태민이 엄마 김미정(38)씨는 밤마다 아이를 붙잡고 울었다고 하소연 했다. '어린 아이에게 전신마취를 한다니…'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고. 수술 말고 다른 방법은 없을까?

아이 10명 중 9명은 중이염 경험
중이염은 아이가 만 서너 살이 될 때까지 전체의 80~90%가 한두 번 이상 앓을 정도로 소아들에게 비교적 흔한 질환이다. 중이염은 급성기에 열이 나면서 귀의 통증이 심한 것에서부터 만성적으로 진물이 나거나 청력이 떨어지는 것까지 다양하게 나타난다. 주로 고막의 안쪽에 액체가 고여 있는 상태에서 귀가 막히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가벼운 통증이나 귀 울림, 난청 등을 호소한다. 귓속을 들여다보면 고막이 부풀어 팽창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천안 함소아한의원 조백건 원장은 "중이염이 아이들에게 많이 발생하는 것은 주로 구조적인 문제와 체질적으로 면역기능이 약하기 때문이다"라며, "면역력을 높여 감기, 비염 등 호흡기 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하고 예방하는 것으로도 완치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구조적으로 이관이 짧아 빈번, 감기와 동반
성인에 비해 아이들은 구조적으로 코의 뒷부분에 있는 인두와 귓속의 중이를 연결하는 이관(유스타키오관)이 짧고 직경이 넓으며, 각도가 수평에 가깝다. 그러다보니 코나 목 안에 번식하는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귀쪽으로 쉽게 감염되는 것이다. 특히 코가 약해서인 경우가 많다. 중이 안에 있는 공간인 중이강은 코를 향해서만 외부와 연결되어 있으며 코로 들어오는 공기에 의해 환기가 된다. 그런데 코 쪽이 막히면 중이강이 환기가 안 되어서 쉽게 중이염 걸리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중이염이 자주 반복된다면 귀뿐만 아니라 코 건강도 함께 점검하여 치료해야 한다. 그 외에도 알레르기 체질이거나 감기를 자주 앓는 경우, 비염, 편도선염과 같은 호흡기의 합병증이 있을 때 중이염 치료가 잘 안 되고 오래갈 수 있다.

귀뿐 아니라 코와 목 함께 치료해야 효과적
한의학에서는 중이염의 원인을 '풍열(風熱)'로 본다. 여름의 뜨거운 기운이 곰팡이나 해충의 번식을 돕듯 몸속의 뜨거운 기운은 염증을 유발한다. 여기에 습한 기운까지 더해지면 독기가 잘 물러가지 않고 중이염이 오래간다. 한방에서는 중이염을 급성과 만성으로 나누어 치료한다. 열이 나고 통증이 심한 급성 중이염에는 풍열을 제거하고 열독을 풀어서 염증을 가라앉히는 치료를 한다. 귀에서 농이 나오고 오랫동안 낫지 않는 만성 중이염은 증상에 따라 열을 식히고 습을 제거하거나 신장의 진액을 보충함으로써 열을 내리고 농을 빨리 배출시키는 치료를 한다. 또한 중이염에 자주 걸리는 아이들은 신장 기능을 보강하고 감기에 대한 저항력을 기르는 근본 치료를 한다. 귀뿐 아니라 코와 목의 치료를 함께 하며 인체 내의 면역력을 높여 감기 발생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감기 등 호흡기 질환 예방이 최우선
중이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감기와 같은 호흡기 질환에 걸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에어컨이나 선풍기 등의 사용은 자제하고, 찬 음료나 찬 음식을 줄여야 한다. 잠잘 때도 적절한 실내 온도(20-22℃)와 습도(50-60%)에 각별히 신경을 쓴다. 중이염에 걸렸을 때에는 가급적 중이에 압력이 덜 가도록 한다. 코를 풀 때는 한 번에 푸는 것보다는 한 쪽씩 돌아가며 풀게 하며, 젖병이나 공갈 젖꼭지를 늦게까지 빠는 것은 삼간다. 누울 때는 베개를 높여주는 것도 좋다. 삼출성 중이염처럼 중이 내부에 물이 차서 잘 빠지지 않는 경우에는 껌을 씹거나 자주 침을 삼키게 하고 노래를 부르거나 피리나 트럼펫 같은 것을 불게 해도 도움이 된다.

조인스닷컴 이승철(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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