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kHolic] 두 바퀴로 만나는 무령왕릉·공산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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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들이 ‘시민 자전거’를 타고 공주의 대표적인 백제 문화유적인 무령왕릉 주변을 지나고 있다. [공주=김성태 프리랜서]

8일 오후 시민·관광객 등 10여 명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공주 시내를 달렸다. 공주는 475년 백제 문주왕이 도읍으로 정한 뒤 성왕이 부여(사비)로 천도할 때까지 64년간 백제의 수도였다. 백제는 이곳에 많은 문화유산을 남겼다. 첫 번째 목적지는 백제시대 도성(都城)인 공산성. 금강 둔치공원에서 금강대교(길이 513m)를 건너 남쪽 방향으로 1.5㎞ 떨어져 있다. 금강대교 위에 올라서자 공산성 성벽과 강물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은 장면을 연출한다. 금강대교는 왕복 2차로 가운데 한 개 차로만 자동차가 다니고, 한 개 차로는 사람과 자전거만 다닐 수 있다.

자전거를 끌고 비탈이 심한 공산성 성문까지 30여m를 올랐다. 성문에서 500m 거리에 있는 임류각(누각)까지 자전거에 다시 올라 천천히 달렸다. 임류각은 백제 동성왕(500년)때 지었다. 공산성에는 임류각 이외에 3∼4개의 루(樓)와 정자가 있다.

공산성에서 남서쪽으로 무령왕릉까지 공주 시내를 관통하는 1.5km 구간은 인도에 자전거길을 만들어 놓았다. 1971년 발굴된 무령왕릉에서는 국보급 문화재만 22점이 출토됐다. 자전거로 공주 관광에 나선 이승재(30)·이상미(31·서울 강남구 논현동) 부부는 “자전거 관광은 운동·레저를 겸한 색다른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공주시 조관행 자전거정책계장은 “자동차를 타고 와 사진만 찍고 가는 관광이 아니라 백제문화를 몸으로 느끼고 음미하는 ‘느림의 관광’을 위해 자전거 관광을 고안했다”고 말했다. 자전거를 관광에 접목한 것이다. 이를 위해 지난달 공주시는 ▶공주시청 ▶동주민센터 ▶공산성 ▶무령왕릉 ▶금강 둔치공원 등 시내 12곳에 10대씩 120여 대의 ‘시민 자전거’를 비치했다. 누구든지 신분증을 맡긴 뒤 자전거를 빌려 오후 6시까지 무료로 이용하는 시스템이다. 요즘 하루 이용자가 400명이 넘고 있다. 공주시는 시민자전거를 3년 안에 1000대로 늘릴 계획이다.

교통수단으로서 자전거 이용도 활발해지고 있다. 5년 전 자전거 도로가 설치되기 시작해 현재 24개 노선에 75㎞가 건설돼 있다. 올해는 공주 시내를 관통하는 제민천변에 자전거 전용도로(2.3km)가 깔린다. 주요 하천변에도 자전거길 10㎞가 조성된다. 현재 시청 직원 900여 명 중 400여 명이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있다. 이준원 공주시장은 “시민 10만 명을 위해 자전거 보험에 가입할 계획”이라며 “시민이 자전거를 타고 시내 곳곳을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공주엔 ‘자전거연구회’라는 공무원들의 동호회가 활동 중이다. 시의 자전거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올 1월 결성됐다. 회장을 맡고 있는 공주시 의당면 유선주(55) 부면장은 “자전거 도로 설치와 운영에 따른 장·단점을 파악해 정책에 반영해 보자’는 공감대가 직원들 사이에 형성됐다”고 말했다. 7∼8명으로 시작한 모임은 최근 45명으로 늘었다.  

공주=김방현·이현택 기자



이완구 충남지사 “공주서 빌려 부여서 반납 … 파발마 시스템 만들 것”

 4일 오후 3시 이완구(사진) 충남도지사는 30분간 공주 시민·공무원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공주 시내 무령왕릉·공산성 등 문화유적을 둘러봤다. 그가 평소 강조해 온 “자전거로 관광하기 좋은 충남도”를 만들기 위한 현장 점검이었다. 공주 지역을 둘러보고 장점을 살려 충남도 전역으로 확대하겠다는 게 그의 구상이다.

이 지사는 “공주·부여 등 백제문화권은 물론 서해안까지 도내 관광지 곳곳에 공공자전거 이용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며 “공공자전거는 렌터카 시스템처럼 쉽게 빌려서 이용한 뒤 원하는 곳에 반납할 수 있는 ‘파발마’처럼 만들겠다”고 말했다. 예컨대 공주에서 자전거를 빌린 뒤 부여에서 반납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또 주민번호와 이름을 기재하고 최소한의 비용(2만원 이내)으로 하루 종일 이용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내년까지 3억4000여만원을 들여 부여에 공공자전거 200대를 도입할 방침이다. 부소산성·백마강·능산리 고분군 등 부여의 백제유적을 자전거로 둘러볼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다. 공주에도 현재 120대의 공공자전거를 200대로 늘리기로 했다. 태안군 안면도 해안과 만리포·대천 해수욕장 등 해안 관광지, 천수만, 서천군 금강하구 철새도래지 주변에도 2012년까지 공공자전거 300여 대를 도입한다. 이 지사는 “자전거를 타고 레저와 관광을 즐기는 충남으로 꾸미겠다”고 설명했다.

자전거 도로도 대폭 확충한다. 태안군 안면도 입구인 남면 원청삼거리∼홍성군 서부면 임해관광도로(17.9㎞) 구간에 앞으로 3년간 70억원을 들여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든다. 2012년 충남도청이 옮겨가는 홍성·예산 신도시(면적 995만㎡, 인구 10만 명 규모)에도 자전거 도로를 갖춘다. 신도시에선 왕복 2차로 이상의 도로(총 28개 노선 70㎞)가 있는 지역에는 인도 옆에 자전거 도로가 조성된다. 이 중 8개 노선(22.9㎞)은 자전거 전용도로로 구축한다. 이 지사는 “도청 신도시의 자전거 수송분담률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김방현 기자, 사진=김성태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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