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스펙 어떠세요?] 재능 너무 믿지 마세요 … 내신 3등급은 돼야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4면

왼쪽부터 박정민·박현서·류진희양.

서울 은광여고에 재학 중인 세 명의 여학생이 건국대 입학사정관 전형Ⅱ(자기추천)에 가상 지원했다. 지난 6일 실시된 서류평가 및 모의면접 결과는 의외였다. 사정관들은 “지난해 합격생들의 학생부 교과성적 분포가 1.23등급에서 4.08등급까지로 다양했으나 5~6등급의 학생들은 1단계 서류 통과도 힘들었다”며 “재능이 아무리 뛰어나도 내신성적이 뒷받침돼야만 합격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날 면접에는 김택형(30) 선임사정관과 문성빈(36·여·철학박사) 책임사정관, 김상아(26·여) 사정관이 참여했다.

최석호 기자

소개서에 ‘왜 언론인 되기로 했나’가 없다
박현서 문화정보학부 지원

1 2.95등급 2 교내상-2008년 모범학생 표창장, 2008년 교과우수상 3 1학년 1학기 학급 부회장, 2학년 전교 학생회 선도위원 4학생회 활동 중 질서지키기·금연 캠페인, 신문사설반·영자신문반 활동 5 74시간 6 언론인 7 “언론인이 되겠다는 목표는 있는데, ‘왜 되고 싶은지’ ‘어떤 언론인이 되고 싶은지’에 관한 정보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신문사설반과 영자신문사 활동을 하면서 느낀 점을 언론인이 되겠다는 꿈과 연결시켜 보세요. 3학년 교과성적을 올려 학업우수자 전형을 노려보는 건 어떨까요?”

언론인이 꿈인 박양은 고교 시절 신문사설반과 영자신문사 부원으로 활동하면서 관련 경험을 쌓았다. 그러나 박양의 자기소개서에는 ‘왜 언론인이 되기로 했는지’ ‘어떤 언론인이 될 것인지’에 관한 설명이 없었다. "구체적인 목표의식을 갖고, 자기소개서에서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를 부각하라”고 조언했다. 자신감 없는 면접태도도 박양의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김상아 사정관은 “면접에서 자신의 부족한 점을 말하면 솔직해 보인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으나 지나치면 자신감 부족이라고 판단한다”며 “약점을 강점으로 승화시켰던 경험을 피력하라”고 당부했다. 그는 이어 "3학년 내신성적을 올려 학업우수자 전형을 노려보는 게 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컨설턴트가 되려고 노력한 점 드러내라
박정민 경영학부 지원

1 2.5등급 2 교외상-2008년 전국 영어·수학 학력경시대회 영어부문 장려상(4위), 서울시 국제영어경시대회 장려상(5위) 3 1학년 2학기 학급 부회장 4 텝스 917점 5 65시간 6 경영컨설턴트 7 “경영컨설턴트가 된 뒤 재단을 만들어 사회에 기여하겠다는 구체적 꿈을 세웠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공인 영어점수가 높다는 점도 꿈을 위해 노력해 왔다는 걸 증명해 보였습니다. 활동보고서에서 자신의 장점을 충분히 피력할 수만 있다면 합격 가능성이 높은 학생입니다. 면접에서 열정을 보여 주세요.”

성적이 뛰어나진 않지만 경영컨설턴트가 되겠다는 꿈과 열정만은 확실합니다.” 박정민양은 자기 소개에서 면접관을 압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양은 공무원인 아버지를 따라 초등학교 때부터 여덟 차례나 이사를 다녔다. 문성빈 사정관은 “자기소개서에서 교우관계 등 여러 번 이사를 다니며 힘들었던 점과 이를 극복한 과정을 부각하면 높은 평가를 받는다”고 조언했다. 텝스 917점. 사정관들은 “점수가 높다고 좋은 게 아니라 해외에서 통할 수 있는 컨설턴트가 되기 위해 영어 공부에 매진했다는 점을 부각하라”며 “컨설턴트가 된 뒤 재단을 만들어 사회에 기여하겠다는 목표를 병원 도우미 봉사 경험과 연결시키면 합격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내신 성적 올리고 수능 준비에 올인하라
류진희 체육교육과 지원

1 6등급 2 교내상-2007년 계발활동 전시회(방송반) 우수상(2위), 2008년 계발활동 우수자(방송반 국장) 표창 3 1학년 2학기 학급 회장, 2학년 2학기 학급 회장, 2학년 방송반 국장 4 학생부상 ‘리더십 우수자’ 교사 평가 5 108시간 6 체육교사 7 “지난해 자기추천 전형 합격생의 내신 커트라인은 4등급 초반대(4.08등급)였습니다. 이 정도 내신으로는 1단계 통과가 힘듭니다. 더욱이 사범대는 입학사정관 전형 모집 대상이 아닙니다. 전형에 대한 기초지식을 쌓은 뒤 지원 전략을 세우세요.”

1, 2학년 때 모두 학급 회장을 역임한 류양. 2학년 때는 방송반 국장을 지내면서 교사들은 그를 ‘리더십 우수자’로 평가했다. 그러나 6등급대의 내신성적이 문제다. 문 사정관은 “지난해 지원자 내신성적은 1~8등급대로 다양했지만 합격생들의 평균 내신은 3등급 초반대였다”며 “학생의 재능을 많이 보는 전형은 맞지만 내신성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재능을 보일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정관들은 “류양은 우선 대학별 입시요강부터 검토한 뒤 자신에게 맞는 전형을 골라야 한다"며 “내신성적을 올리고, 수능 준비에 올인해 정시를 노리는 게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