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시대 방송가 시청자 참여프로 봇물…30여편 인기 상승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시청자 참여 TV 프로그램이 늘고 있다.

다양한 이야기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시청자들이야말로 방송 최고의 소재인 셈. IMF시대를 맞아 제작비도 줄일 겸 이래저래 시청자들 참여 프로가 부쩍 늘고 있다.

현재 방송 3사에서 편성한 시청자 참여 성격의 프로그램은 '사랑의 리퀘스트' '도전!

불가능은 없다' 등 30여 편에 이른다.

드라마.보도물을 제외한 교양.예능물 90여 편 가운데 30%에 해당하는 적잖은 비중이다.

지난해 2월 23편과 비교할 때 뚜렷한 증가양상을 읽을 수 있다.

이런 추세를 반영해 KBS는 지난 16일 봄 개편에 '나의 사랑 나의 가족' '백만인의 선택' '브라보 신세대' 등 시청자 참여 프로를 신설했다.

양적 증가 못지않게 프로그램의 내용과 성격도 다양해졌다.

'세상체험, 아빠와 함께' '비디오 챔피언' '기인열전' 같은 프로는 일반인 출연자의 활약에 방송시간의 대부분을 할애하는 전통적인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것이 인생이다' '다큐멘터리 이야기 속으로' '드라마 다큐X' 에서는 시청자의 사연과 아이디어를 모아 재연극으로 꾸며 인기를 끌고 있다.

'사랑의 리퀘스트' '아침마당 - 그 사람이 보고싶다' 'TV공개모집' '사장님 힘내세요' 는 일반인 출연진에 TV를 보고 있는 시청자의 참여를 결합한 프로그램으로 전화를 통해 스튜디오와 안방을 연결한다.

이런 프로의 호황은 방송사의 제작 현실이 첫번째 이유. MBC 주철환 예능1팀장은 "제작진의 입장에서 매주 90여 편에 이르는 예능.교양물을 최진실.박중훈 등 많이 잡아야 20여 명에 불과한 톱스타 군으로 소화해 낼 수 없는 현실적 사정이 자연스럽게 일반인 쪽으로 시선을 돌리게 했다" 며 "스타 위주의 편성에 식상한 시청자의 기호도 의식해야 하는 이중고 속에서 나온 돌파구" 라고 덧붙였다.

PD입장에서도 여러 스케줄에 매인 연예인보다 제작시간 조정과 섭외가 쉬운 일반인이 통솔하기가 편하다.

'사랑의 스튜디오' 는 매주 2백여 통의 출연 신청이 쇄도해 지금 신청하면 6개월 뒤에나 출연이 가능하다.

이 프로는 제작시간도 구애를 안 받아 자신의 장기를 선보이는 '청춘 사이트' 코너는 시간 제한을 받지않고 녹화된다.

소재의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라디오적 소재의 TV화' 도 시청자의 TV참여를 부채질했다.

'휴먼 TV!

즐거운 수요일' 같은 프로는 '이종환.최유라의 라디오 시대' 를 TV에 재현한 오락물로 라디오 못지않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또 비연예인으로 제작한 프로그램은 제작비 절감 차원에서 선호되고 있다.

편당 5~1백만원대에 이르는 연예인에 비해 일반인 출연료는 10만원대를 넘지 않기 때문이다.

생떼를 방불하는 일반인의 적극성도 빼놓을 수 없는 성행요인. '전국노래자랑' 에 출연하기 위해 서울에서 영덕까지 내려가 출연을 졸라댄 극성파가 있는가 하면 지역 '어깨' 출신을 동원, 제작진에 '출연시켜달라' 고 협박을 가해오는 경우도 있다.

카메라 앞에서 불안해 하거나 당황하지 않는 일반인 출연자의 자연스러운 연기도 이 추세에 한몫했다.

'신세대 보고 - 어른들은 몰라요' 의 김형일 PD는 "수업장면을 찍을 때 연기자는 4~6명만 등장하지만 배경인물 가운데 어색하게 튀는 학생이 거의 없다" 고 말했다.

KBS 최충웅 편성실장은 "방송의 공익성을 고려, 장기적으로 시청자가 주체가 되는 프로가 꾸준히 증가할 것" 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비슷한 성격.형식의 프로가 난립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SBS의 한 PD는 "무분별한 베끼기 등 과열경쟁으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지향했던 취지가 무색해지는 경우가 많다" 고 우려를 표했다.

정용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