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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기 CEO가 피해야 할 선택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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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불황기를 헤쳐나가야 하는 CEO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마케팅의 아버지’로 불리는 경영학자 필립 코틀러는 최근 출간된 『카오틱스(Chaotics)』에서 이렇게 경고한다.

“경제가 요즘처럼 환각상태에 빠져 비틀거릴 때 유능한 CEO조차 ‘마약’에 손을 댄다. 핵심 인재를 해고하고, 기술과 제품 개발을 축소하며, 중대한 결정 앞에서 머뭇거린다. 이는 마약처럼 일시적 위안을 주지만 거기에 중독되면 결국 기업을 파멸로 이끈다.”

코틀러는 가구·건축자재 유통점인 홈디포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인용한다. 밥 나델리(현 크라이슬러 CEO)는 2000년 홈디포의 CEO로 영입됐다. 홈디포의 핵심 고객은 제 손으로 완성품을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DIY(Do-It-Yourself) 고객이다. 따라서 이들을 잘 응대할 수 있는 매장 직원이야말로 조직의 핵심 자산이다. 그런데 나델리는 효율성을 높인다는 명목으로 경험 많은 직원 상당수를 신규 직원으로 교체했다. 그 결과 기업문화와 영업망이 흔들렸고, 결국 나델리는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비용을 줄인다고 회사의 핵심 가치까지 흔들면 안 된다는 얘기다.

마케팅 비용을 줄이는 것도 현명하지 못한 선택이다. 코틀러는 “마케팅은 빼야 할 지방이 아니라 키워야 할 근육”이라고 했다. ‘집토끼’인 충성고객을 지키지 않고 신규 고객에게 손을 뻗치는 것도 치명적 실수로 꼽혔다.

매출이 줄면 급한 마음에 가격부터 내리기 쉽다. 이것도 미봉책일 뿐이다. 가격을 내리기보단 더 멀리 내다보고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치를 높여야 한단다. 낮은 가격을 찾아 떠돌아다니는 ‘철새’ 고객은 더 싼 곳으로 언제든지 떠날 준비가 돼 있기 때문이다. 쉽지는 않지만 불황기에 살아남는 최선의 방법은 이런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다.

4월 고용통계가 오늘 나온다. 실업자 수가 100만 명을 넘어설 것이란 우울한 전망은 벌써 나와 있다. 앞으로 대기업 구조조정이 이어질 것인 만큼 일자리 불안은 계속될 것이다. 구본무 LG회장은 연초에 ▶인위적 인력 구조조정 ▶투자 감축 ▶사회공헌 축소를 하지 않겠다는 ‘불경기 3불(不) 지침’을 계열사에 내렸다. 다른 대기업도 동참하는 분위기다. 이런 때일수록 최악의 선택은 피하는 CEO의 리더십이 아쉽다. ‘태봉이’도 그런 CEO였으면 좋겠다.

서경호 중앙SUNDAY 경제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