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변호사 커넥션…의혹 추적 노관규검사, "사표각오 수사포기 안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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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의정부지원 판사와 변호사들의 돈 거래 의혹을 들춰낸 노관규 (盧官圭.40) 검사는 법조계 내외로부터 '젊은 검사가 공명심에 들떠 수뇌부의 지시에 항명하고 있다' 는 식의 눈총을 받는 데 대해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법관들을 수사할 수 있는 곳은 검찰 뿐인데 검찰이 이를 포기하면 사법 비리는 영원히 없어지지 않는다" 며 "이 사건 수사로 검찰조직에 누를 끼친 결과가 오면 검찰을 떠나겠다" 고 말했다.

77년 순천 매산고를 졸업한 뒤 집안 사정으로 대학 진학을 포기했던 盧검사는 상경해 구로공단 공장과 우유보급소 등에서 일하다 9급 세무공무원 시험에 합격, 8년 동안 일선 세무서에서 일했다.

그는 87년 세무공무원 사표를 내고 고시공부에 매달려 37세 때인 92년 늦깎이로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아직 초년병 검사지만 세무공무원 경험을 살려 지난해 한보사건 및 김현철씨 비리사건 때는 대검 중수부에 파견돼 난수표처럼 까다로운 한보그룹 회계. 자금출납장부를 완벽하게 분석, 역시 세무공무원 출신인 한보 정태수 (鄭泰守) 회장의 '자물통' 입을 열게 했다.

한 동료검사는 "盧검사가 수사를 주장하는 것은 명백한 비리 의혹을 그냥 덮어버릴 수 없다는 검사로서의 양심에 따른 것" 이라고 말했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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