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규모 줄여 차액으로 '재테크' 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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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서울송파구잠실동 B아파트 28평형에 살던 회사원 崔모 (38) 씨는 지난달말 경기도남양주시 덕소지구아파트 22평으로 이사했다.

서울에 인접해 출근에 별 불편이 없는데다 매매차액을 재산 불리기에 이용하기 위해서다.

2억1천만원에 서울 아파트를 팔고 9천5백만원에 새 아파트를 사 생긴 1억1천만원의 차액을 崔씨는 은행에 맡겼다.

다섯살인 큰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까지 3년동안 최소한 5천만원 이상의 금융소득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崔씨의 계산이다.

"재테크도 하고 생활비도 아끼자. " 재산을 불리기 위해 다소 무리해서라도 아파트 평수를 늘리던 과거와는 달리 IMF시대를 맞아 아파트를 줄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금리가 높아지면서 현금이 가장 확실한 재테크 수단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 시세가 낮은 수도권 아파트 등으로 이사하는 탈 (脫) 서울 행렬이 늘고 있다.

내집마련정보사의 김영진 (金榮進) 사장은 "IMF한파 이후 서울에서 경기도 구리.용인.수원 등 외곽지역으로 이사를 나가는 사람이 이전에 비해 20%정도 늘었으며 전화문의도 5배가량 증가했다" 고 말했다.

이사물 운송업체인 통인익스프레스 서진만 (徐鎭萬.42) 영업부장도 "최근 들어 하루 30건의 이사중 20건은 경기도로 가는 경우" 라며 "이는 지난해에 비해 2~3배 늘어난 수치" 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탈서울 현상은 주로 서초.강남.송파.양천.마포.노원구 등 아파트단지가 밀집돼 있는 곳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중에는 집을 팔고 옮기는 경우도 적지 않으나 전반적인 부동산 경기 침체로 매매가 쉽지 않아 전세를 활용하는 사람들도 많다.

J기업 李모 (48) 이사는 이달초 서울대치동 45평형 아파트를 전세주고 수원 영통지구에 같은 평수의 아파트를 전세얻어 마련한 차액 8천만원을 은행에 맡겨 이자수입을 올리고 있다.

경제난으로 부도와 감원.감봉사태가 확산되면서 부채 청산과 생활비 부담이 가중되는 것도 탈서울을 촉진시키는 요인. 서울서초구잠원동 A아파트 32평형에 살다가 지난주 경기도 용인수지지구 33평 아파트로 이사한 金모 (35) 씨는 7천만원을 남겨 부도난 여행사 부채 5천만원을 갚고 나머지 2천만원으로 조그마한 구멍가게를 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서울시와 통계청 관계자는 "지난해 12월과 올 1월에 걸쳐 서울에서 타 시.도로 전출한 인구수는 아직 정확한 통계는 잡히지 않았으나 예년에 비해 20~30% 정도 증가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고 밝혔다.

김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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