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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불법·폭력시위 단체 세금지원 안 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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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행정안전부가 지난주 ‘비영리 민간단체 공익활동 지원’ 대상으로 162개 사업을 선정·발표한 후 시민단체들이 술렁이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최근 3년 이내에 불법폭력 집회·시위에 참가한 단체를 지원 대상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한국자유총연맹·새마을운동중앙회 등이 단체당 평균 지원액(3000만원)을 훨씬 웃도는 금액을 확보한 점을 들어 ‘단체 물갈이’가 본격화된 신호로 파악하기도 한다.

우리는 불법 시위 단체를 선정 대상에서 제외한 조치가 백번 잘한 일이라고 본다. 정부는 이미 재작년부터 불법·폭력 시위 참여 단체에 보조금을 주지 않기로 해놓고도 실제로는 유야무야였다. 그 결과 서울 도심을 무법천지로 만든 촛불집회 소동을 주도한 ‘광우병 대책회의’ 참가 단체들까지 지난해 정부 지원금을 받았다. 쇠파이프 구입하고 도로를 점거하라고 국민의 혈세를 건네준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또다시 벌어져서는 안 된다. 게다가 지난 10년간 621억원의 보조금 예산이 풀려 나갔는데도 어디에 어떻게 썼다는 증빙서류조차 남아 있지 않고, 허투루 쓴 돈을 환수하지 못한 경우도 허다했다. 지원금의 용도·용처에 대한 철저한 사후 감시가 이뤄져야 한다.

그런 점에서 국가인권위원회가 행안부와 달리 불법시위 단체에 지원금을 주기로 한 것은 잘못된 일이다. 이는 정부 정책의 일관성에도 문제가 있어 재고돼야 한다고 본다.

유념할 대목이 또 있다. 정부는 ‘국가정책에 부합하고 단체의 건전한 육성·발전을 위해서’라며 올해 지원 대상 유형을 100대 국정과제, 저이산화탄소 녹색성장, 사회통합과 선진화를 지향하는 신국민운동, 일자리 창출 및 4대 강 살리기, 관계법률이 권장·허용하는 사업 등 다섯 가지로 정했다. 누가 봐도 ‘관변’ 냄새가 물씬 풍긴다. 이는 권력이나 상업적 이익과 무관하게 활동하기에 비정부기구(NGO) 또는 비영리기구(NPO)로 불리는 시민단체의 본령에 비춰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지난 정부에서 논란이 됐던 ‘코드 지원’을 현 정부 또한 자신들의 입맛에 맞춰 되풀이하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원금을 미끼 삼아 친정부 세력을 확산시키려는 유혹에는 절대 빠져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