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이육사 '광야'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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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린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진 못하였으리라.

- 이육사 '광야' 중

해방 직후 중학교 교과서에서 시 '광야' 를 배울 때의 그 비장한 감동을 잊을 수 없다.

이육사 (李陸史.1905~44) 자신이 열여섯번이나 투옥된 사실, 시인의 형제들이 누구는 혁명가로 죽고 누구는 북으로 가고 누구는 행방이 묘연한 그런 열렬한 항일전선의 가계 (家系) 를 이루고 있다.

광야의 태초와 역사, 그리고 미래까지 한달음에 펼쳐져 거기 장차 올 초인 (超人) 을 유장하게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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