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는 미인 시구자를 좋아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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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출범한 프로야구는 줄곧 최고의 인기를 누리며 국민에게 사랑받아왔다. 야구장 마운드에서 홈 플레이트까지 18.44m 거리를 시구하는 영광은 당대의 정관계 실권 뿐 아니라 연예계 위상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였다.

◇한국시리즈엔 누가?=노태우 전 대통령이 집권한 1988년. 이때부터 연예인 시구자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한국시리즈 시구자는 KBO가 선정한다. 역대 시구 횟수는 총 94회. 이중 연예인으로 분류된 시구자는 총 28명(29회, 박정아 2회), 30%에 가깝다. 각 년도별 시구자를 보면 인기스타 계보를 알 수 있다. 1988년 6차전 연예계 시구자로 처음 나선 미스코리아 진 김성령은 당시 서구형 이목구비로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었다.

1992년 5차전에 그라운드에 오른 고 최진실은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에요’라는 광고 카피로 한창 주가를 높일 때였다. 다음 해엔 ‘하이틴 스타’ 하희라가 그라운드에 섰고 90년대 말에는 탤런트 이승연, 김남주, 오연수, 채시라 등이 시구자로 나섰다. 2001년엔 드라마 ‘여인천하’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중전마마 전인화가 가채를 쓰고 그라운드에 섰고 이후엔 섹시아이콘의 가수 이효리가 가수 출신 첫 시구자로 나섰다.

이어 박정아, 보아, 손담비 등이 야구팬에게 재미를 선사했다. 배우로는 연기력을 인정받은 김정은, 하지원, 김아중, 장미희 등이 공을 던져 시선을 모았다. 가장 최근엔 ‘홍드로’홍수아가 08년 5차전 마무리 시구자로 이름을 올렸다. 28명 중 유일한 남성 연예인은 1999년 시구자였던 개그맨 남희석이다. 한국시리즈 시구자 중 처음이자 마지막 시구자였다.

◇역대 개막전엔 누가?=프로야구 개막전의 시구자 역시 당대의 인기를 나타낸다. 이 경우 각 홈팀 구단이 선정하는데 프로야구 원년 개막전 시구자는 ‘최고의 권력자’ 전두환 당시 대통령이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집권할 때까지는 체육부 장관이나 광역단체장, 구단주, 언론사 사장 등이 시구자 명단에 올랐다.

1989년 영화배우 강수연이 광주구장에서 시구를 하면서 연예인의 진입이 시작됐다. 1996년 탤런트 채시라를 시작으로 영화배우 한석규와 탤런트 김수미, 영화배우 최민식 등 당대 최고의 인기 배우가 프로야구 개막을 알리는 주인공이 됐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개그맨 이휘재와 탤런트 이나영, 가수 엄정화, 탤런트 김원희, 가수 비, 방송인 김제동, 영화배우 이미연, 개그맨 정준하, 영화배우 정준호, 영화배우 이화선 등 거의 매년 시구자 명단에 연예인이 ‘단골 손님’이었다.

물론 다른 종목 스포츠 스타들도 시구자로 활약했다. 하인스 워드가 2006년 미국 프로 풋볼 챔피언결정전인 슈퍼볼 MVP로 선정되고 나서 그 해 4월 한국을 찾아 시구했다.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금메달을 딴 안상미, 체조선수 이주형, 농구선수 김승현 등도 개막전을 빛냈다.

지난달 4일 열린 2009시즌 개막전 시구자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허남식 부산시장과 KBS 2TV ‘미녀들의 수다(미수다)’에서 인기를 누리는 중국 출신 유학생 인동링 씨 등이었다.

이지은 기자

◇한국시리즈 역대 시구는 누가?
-연예인 : 29회
-지자체장, 국회의장, 경찰총장 등 : 25회
-체육인 : 20회
-일반이 : 10회
-기업인 : 8회
-대통령 : 2회
※자료출처:KBO(총 94회 89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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