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지금 ‘내부 수리’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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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민주당은 지금 내부 수리 중이다. 원내대표 경선을 계기로 “선명 야당이냐” “대안 야당이냐”를 놓고 노선 투쟁이 한창이다.

4·29 재·보선은 민주당에 오히려 큰 숙제를 안겼다. 인천 부평을 승리는 여권에 대한 민심의 이반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줬다. 하지만 당의 지지율은 재·보선 승리 전이나 이후나 10%대 그대로다. 정동영 의원의 복당을 둘러싼 당내 갈등도 여전하다. 재집권을 위해 정세균 대표 등 지도부가 마련한 ‘뉴 민주당 플랜’은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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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그라든 주류=정 대표 체제를 떠받쳐 온 ‘친노 386’ 세력은 대부분 와해됐다. 검찰 수사의 칼날에 이광재 의원과 안희정 최고위원·서갑원 원내수석부대표 등이 상처를 받아서다. 여기다 정동영 의원에 대한 공천 배제로 비주류의 반발을 사면서 지도부의 지지 기반은 더욱 줄어들었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최소한 구 민주계 등 비주류와 손을 잡았어야 했는데 손학규·김근태 전 대표 등 당을 떠난 정치인들을 재·보선 유세에 투입하는 선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호남권의 한 의원은 “386과 소수 당권파 위주로는 리더십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민주당 성향의 무소속 의원들과 고건 전 총리·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등 명망가들을 포용해 국민정당의 면모를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대안 세력과 소통의 부재=민주당 내에는 김근태·정동영·천정배계 의원들의 모임인 ‘민주연대’, 60세 이상 다선 의원 15명으로 구성된 ‘민주 시니어 그룹’, 강봉균·홍재형·송민순 의원 등 총리·장관 출신 ‘관료 엘리트 그룹’ 등 소수 그룹이 많다. 그러나 결속력이 약한 데다 지도부와의 소통 부재로 ‘불만 세력’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한 원로 의원은 “의원들이 의원총회 외엔 지도부와 터놓고 얘기할 통로가 전무해 당의 기동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료 출신 의원도 “지도부는 (386 등) 행동파의 말만 듣고, 소외 그룹들은 온건한 속성 탓에 목소리를 크게 내지 않다 보니 갈등이 깊어졌다”며 “15일 뽑힐 새 원내대표는 소외 그룹들을 다 묶어내 세력화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반사 정치’의 한계와 대안=민주당이 정권교체 뒤 존재감을 과시한 사례는 지난해 말 한나라당의 83개 법안 무더기 처리 시도를 저지하고 4·29 재·보선 결과 수도권에서 승리한 정도다. 그나마 둘 다 한나라당의 무리수에 반사적 이익을 얻은 결과일 뿐이란 자성이 나온다. 원혜영 원내대표는 “여당이 밉다 보니 야당에 표가 온 것뿐”이라며 “대안·정책 정당으로의 변화 없이는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장훈(정치학) 중앙대 교수는 “당을 떠난 핵심 정치인들의 은거가 길어지면서 쇄신이 늦어졌고, 당이 정책 이슈를 선점하지 못하다 보니 시민단체 등 장외 세력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며 “장외세력 대신 당 밖의 지명도 높은 정치인들을 포용해 인재 풀을 넓히고 10∼20년 앞의 국가 청사진을 제시해야 재집권 가능성이 생길 것”이라고 제안했다.

강찬호 기자

◆뉴 민주당 선언=지난해 7월 정세균 대표가 당대표 경선을 앞두고 새로운 시대에 맞는 가치를 제시하겠다며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에 따라 김효석 민주정책연구원장을 필두로 당내외 인사로 구성된 뉴민주당비전위원회가 지난해 10월 출범해 20여 차례의 내부 회의를 거쳤다. 본래 올 1월부터 전국을 순회하는 당원 대토론회를 거쳐 확정할 예정이었으나 여야의 ‘입법 충돌’, 4·29 재·보선 등으로 연기됐다. 민주당은 19일 지역위원장들을 대상으로 토론회를 연 뒤 이후 중앙위원회 등을 거쳐 내용을 확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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