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대 대학생들의 커닝 비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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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세대의 커닝은 그 방법부터 다르다?

휴대폰, mp3를 이용한 커닝부터 첩보영화를 방불케 하는 커닝 소품들까지. 지금 대학가엔 디지털 세대들의 신흥 커닝 방법들이 난무하고 있다.

◇ CSI 뺨치는 디지털 세대의 커닝 비법

“저기, 시계 확인하려고 하는데 휴대폰 가지고 있어도 되죠?” 시험 시작 전 A학생이 묻는다. A 학생의 휴대폰을 대충 살펴본 조교는 상관없다고 허락한다. A학생 이후 그 반의 다른 학생들도 시간을 확인한다는 명목으로 휴대폰, mp3 등을 하나 둘 책상 위로 올려놓는다. 시험 감독관인 조교는 학생들의 전자 물품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러나 이미 학생들의 커닝은 시작되었다.

이게 무슨 말일까? 어디에도 커닝페이퍼는 적혀있지 않았는데 말이다. 정답은 디지털 기기 안에 있다. 요즘은 웬만한 휴대폰, mp3 같은 기기에는 텍스트 뷰어 기능이 있다. 최근에는 이 텍스트 뷰어 기능을 이용한 커닝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 반에서 한두 명의 학생이 수업 내용을 요약한 컴퓨터 파일을 만들면, 그 파일이 시험 전에 반 학생들 사이에서 돌고 돌아 각자의 휴대폰, mp3 안으로 들어간다. 이 방법은 다른 커닝 방법에 비해 많은 양을 담을 수 있어 시험 전 범위 커버가 가능하고, 감독관에게 들킬 것 같으면 종료버튼 하나로 물증을 없앨 수 있기 때문에 들킬 위험성도 그 전의 방법들보다 훨씬 적다. 그야말로 디지털 세대답게 디지털기기의 기능을 적극 활용한 커닝 방법인 것이다.

◇ 맥가이버 능가하는 소품

소품을 이용한 커닝은 과거부터 존재했다. 예를 들어 필통 안쪽에 포스트잇을 붙여놓는다든가, 흰색 지우개에 빼곡히 페이퍼를 적어 놓는다든가 하는 등의 방법 말이다. 그러나 최근 그 방법들이 더 치밀해지고 다양해졌다.

시험시간 한 남학생이 음료수 캔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옆의 남학생 역시 마찬가지이다. 자세히 보니 음료수 캔 성분설명 부분에 감쪽같이 커닝페이퍼가 붙어 있다. 그러고 보니 시험을 치는 학생들 책상 위에서 유독 눈에 띄는 짙은 검은색의 음료 캔들을 발견할 수 있다. 첩보 영화를 방불케 하는 커닝 음료수 캔 제작방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색지에 컴퓨터 인쇄를 하고, 이를 캔에 잘 맞추어 빈틈없이 붙이면 된다.

지난 4월 25일 디시인사이드(www.dcinside.co.kr)의 한 대학갤러리에 중간고사 커닝에 관한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가 글을 쓴 지 30분도 채 되지 않아 네티즌들이 보았던 혹은 실행했던 커닝에 대한 리플들이 쏟아져 대학생들 사이에 커닝이 만연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명지대 용미란 대학생 기자

[*이 기사는 명지대 디지털미디어학과와 조인스닷컴간의 제휴로 작성된 기사입니다. 특정 내용이 조인스닷컴의 시각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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