윙크, 어떻게 사랑을 잡았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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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호 35면

지난주 어버이날이 있었습니다. 아마 대입 수험생이 한 명이라도 있는 집에서는 아이들에게 공치사 한마디 듣기 힘들 겁니다. 아이들의 공부 유세가 보통이 아니기 때문이죠.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공부를 열심히, 그리고 힘들게 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제가 보기엔 최고경영자(CEO)들입니다. 이분들이 최근 몇 년 동안 이수한 과목들을 열거해 보겠습니다. 글로벌 시대라 외국어, 잭 웰치에 이은 식스시그마, 톰 피터스의 경영학, 웹 2.0에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 ‘새로운 시대가 온다’(대니얼 핑크)하여 디자인·스토리텔링에, 인문학의 시대다 하여 철학·문학·역사·미학까지…. 이 모든 것은 거의 필수과목입니다. 여기에 선택과목까지 포함하면 중·고등학교 모든 교과과목 수를 넘어섭니다.

모든 공부에는 목표가 있습니다. 이분들의 공부 목표는 첫째는 탁월한 리더십이고 둘째는 마케팅 혹은 대박 창출 능력입니다. 첫째 목표 부분은 지난번 칼럼(중앙SUNDAY 109호, 4월 12일)에서 말씀드렸기에 이번에는 소위 마케팅에 대해 말씀드려 보고자 합니다.

날지 못하지만 잘 걷는 새는 멋은 없지만 생존할 수는 있습니다. 잘 날지만 걷지 못하는 새는 언젠가는 내려와야 하는 땅에 내려오는 순간 다시는 날 수도 살 수도 없습니다. 이것이 마케팅을 시작하기 전에 잊지 말아야 할 기본입니다.

온 세상이 연두색 잎과 화려한 색의 꽃으로 가득 찬 신록의 계절입니다. 식물학자에 따르면 나뭇잎과 꽃잎은 물풍선이라는 동일한 구조로 되어 있다고 합니다. 흔히 일반 풍선이 바람으로 고무를 팽창시킨 것이라면 나뭇잎과 꽃잎은 섬유소라고 하는 셀룰로오스를 물로 팽창시킨 것입니다.

장미 꽃잎과 나뭇잎은 구조나 구성 성분은 같습니다. 물리적인 차이는 색깔과 디자인 정도입니다. 그런데 그 가치의 차이는 얼마나 될까요? 장미 나뭇잎은 장미꽃의 장식품에 불과하며 꽃다발을 만드는 방식에 따라 종종 쓰레기로 버려집니다. 사람들은 보통 두 눈을 동시에 뜨거나 감습니다. 어떤 이가 한쪽은 감고 한쪽은 떴습니다. 그러자 윙크라 불리는 이것은 사랑을 잡는 총이 되었습니다. 작은 차이가 하늘과 땅 차이를 만들었습니다.

이 ‘다름이라는 가치에 대한 이해’가 마케팅의 시작입니다. 우리나라 마케팅 역사에서 가장 큰 대박이라고 하는 하이트맥주 신화는 이 다름이라는 가치에 대한 이해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다큐멘터리 채널을 보다 보면 새가 알에서 부화하여 일정 기간 성장한 후 날기 직전의 상황을 종종 목격할 수 있습니다. 절벽 혹은 높은 나뭇가지 위에서 시작되는 날기 연습은 새끼 새가 절벽 위에서 주저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어떤 새끼는 죽음을 각오하고 뛰어내린 후 살기 위해 몸부림치다 비행 기술을 익힙니다. 어떤 새끼는 어미가 강제로 떨어뜨려 동일한 과정을 거칩니다. 이순신 장군의 사즉생(死卽生)이 생각납니다.

이 사즉생이 마케팅 성공의 출발점입니다. 사즉생을 결행하는 심리적 단추는 죽음과 바꿀 만한 ‘다름이라는 가치에 대한 절대적 믿음’입니다.

지구상에 현존하는 가장 큰 새는 신천옹이라 불리는 앨버트로스입니다. 날개의 길이가 폈을 때 3.5m에 달합니다. 앨버트로스는 나는 법이 특이합니다. 바닷가에서 일정 속도 이상의 바람을 기다리다가 날개에 부딪치는 바람을 타고 단번에 하늘을 솟구쳐 오릅니다(dynamic souring). 그리고 글라이더처럼 비행합니다(gliding). 별다른 체력 소모 없이 한번에 3200㎞를 날 수 있습니다. 적벽대전의 동남풍이 생각납니다.

이 바람 타기가 마케팅 성공의 완성입니다. 그런데 생존조차 힘든 이 시기에 웬 마케팅 대박 타령이냐고요? 사슴을 잡는 사냥꾼은 사슴이 뛰어나오기 전에 이미 시위를 당기고 있는 사람이고 남풍에도 북풍에도 새는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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