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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강 살리기, 치수·관광·고용 다 잡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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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1990년대 초반부터 우리나라는 ‘물 부족(water-stressed)국가’로 인식되었다. 물론 좁은 국토 면적과 높은 인구밀도를 고려한다면 국가 1년 강우량을 전체 인구수로 나눈 잣대를 통해 우리나라를 ‘물 부족 국가’로 간주하는 것은 불합리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1970년대 대비 2000년대 겨울철 강수량의 감소와 여름철 강수량의 급증에 의한 전체 연평균 강수량의 증가는 해마다 반복·심화되는 가뭄과 홍수 관련 자연재해의 원인이 됨과 동시에 우리나라가 ‘물 관리 위기국가’라는 것을 여실히 드러낸다.

우리나라의 강수량 편중현상은 점차 심화될 전망이다. 이에 대한 효과적인 처방이 없으면 가뭄과 홍수 관련 자연재해는 점차 악화되어 국민의 삶을 위협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집중호우를 포함한 풍수기의 강수를 수용할 수 있는 국토 능력을 향상시켜 갈수기에 대비한다는 ‘4대 강 살리기’는 매우 긴요하다. ‘4대 강 살리기’는 치수의 차원을 넘어 국토와 국민 전체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며 현재의 경제난을 극복하고 친환경 미래 성장의 기반이 될 수 있는 국토를 조성하는 것까지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를 위해 ‘4대 강 살리기’의 목적은 토목공사 위주가 아닌 국가의 미래 성장을 위한 포괄적인 국토 관리 차원이 되어야 하며, 그 공간적 범위도 4대 강의 주요 지류는 물론 주변 도시지역으로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정부가 그동안 지향해 왔던 ‘4대 강 살리기’의 다목적화는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첫째, 4대 강에 대한 치수사업은 물 부족 문제 해결과 항구적인 재해방지와 수질개선에 일조할 것이다. 둘째, 치수사업과 더불어 4대 강 주변을 친환경적으로 정비하고 인근 도시의 수변 공간을 활용해 매력적인 문화·관광지를 개발한다면, 이는 관광산업을 육성하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시민들에게 휴식처를 제공함으로써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다. 셋째, 4대 강 정비와 연계해 인근 지역에 거점도시를 조성하고 이를 지역경제 활성화의 핵으로 활용한다면 건설산업뿐만 아니라 제조업과 서비스산업 등에서도 상당한 고용창출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그러나 너무 밀어붙이기식의 일방적인 진행보다는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4대 강 살리기 프로젝트에 대해 우려의 시선이 많은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때에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지시한 ‘4대 강 살리기’ 관련 ‘신중한 추진’의 지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통령 스스로가 ‘과거 토목공사 위주의 제한적인 하천 정비 방식과 선을 긋겠다’는 분명한 의사표시이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4대 강 살리기’를 하천 중심의 선적 관리 개념이 아닌 주변 도시지역까지 연계한 포괄적 국토관리 시스템으로 발전시켜 국가 재도약을 위한 기틀을 다지는 계기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정책수립에 만전을 기하기 바란다.

강준모 홍익대 교수·도시공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