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 중 이산화탄소가 수질도 오염시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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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가 지구 온난화 뿐 아니라 수돗물에도 발암물질을 만드는 등 치명적인 오염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새롭게 규명됐다.

이화여대 환경학과 강호정 교수와 영국 웨일스대 크리스 프리먼 교수 등 국제공동연구팀은 이런 사실을 규명해 8일자 네이처지에 발표했다. 논문 제목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 증가에 의한 용존유기탄소의 유출'.

지금까지 과학계는 북반구 추운 습지의 물 속에 유기물 형태의 탄소 농도가 왜 급증하는지, 또 그 영향이 어디까지 미치는지를 알지 못했다.그 농도는 1988년에 비해 두배 가까이 늘어난 상태다. 유기물 형태의 탄소는 탄소가 유기물에 녹은 상태를 말한다. 즉, 홍차 티백을 물에 우리면 주홍색 차가 나오게 되는데 그 속에 탄소가 들어 있는 것과 유사한 형태다.

보통 대기 중 이산화탄소 양이 늘어나면 산림의 광합성이 역시 빨라져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지금까지 과학계에서는 나무가 그 이산화탄소를 활발하게 흡수하기 때문에 흡수된 이산화탄소만큼은 환경에 별 해를 입히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연구 결과는 그런 예상을 뒤짚었다. 공기 중에 있는 이산화탄소는 나무가 어느 정도까지는 흡수하지만 그 흡수한 것이 유기물 형태의 탄소로 나무 뿌리에서 다시 배출된다는 것이다. 결국 이것은 하천으로 흘러들어가게 된다. 물론 물 속의 유기물 탄소 그 자체로는 인체에 해를 입히지 않는다. 그러나 이 물을 수돗물로 사용하면 문제가 발생한다.수돗물로 쓰려고 염소 소독을 하면 유기물 탄소는 염소와 반응해 트리할로메탄이라는 발암물질을 만든다는 게 강 교수의 설명이다.

수돗물로 사용하지 않는 물일지라도 물 속의 미생물이 유기물 탄소를 먹고 난 뒤 그 찌꺼기로 이산화탄소를 공기 중으로 내보낸다. 결국 이산화탄소는 돌고 돌아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셈이다.

박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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