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E] 삐뚤어진 둥지에 온전한 계란 있을 수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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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가정의 달을 맞아 7일 서울 명동 거리에서 열린 ‘사랑의 편지 쓰기’ 캠페인에서 참가자들이 가족에게 마음을 담은 편지를 쓰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일 이명박 대통령이 라디오 연설을 통해 가정의 의미를 강조했다. 가정이 행복해야 사회도 건강해지는 만큼 사회 각계각층에서 가정을 적극적으로 지켜 나가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경제위기로 인해 이혼 등으로 가족이 해체되고 있는 현실에 우려를 표한 것이다. 가정의 의미와 역할 등에 대해 공부한다.

◆가정이란=대다수의 사람은 태어나면서 곧바로 가정의 일원이 된다.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혼인관계와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 구성원과 함께 생활한다. 가족은 자녀의 출산과 양육을 통해 사회 구성원을 충원하고 경제활동을 하도록 함으로써 사회를 유지·발전하게 하는 기능을 한다.

가정은 개인을 사회와 연결하는 최초의 교육기관이다.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 정신’을 배양하는 것이 가정 교육의 목표다. 부모와의 관계를 통해 순종과 효의 정신을, 형제자매와 어울리며 대인관계·배려·협조·희생 등의 태도를 배운다.

가정은 지역이나 국가와 같은 거대한 사회를 이루는 기초 단위다. ‘삐뚤어진 둥지에 온전한 계란이 있을 수 없다’는 중국 속담처럼 기초가 되는 가정이 올바로 서지 못하면 국가도 온전할 수 없다. 좋은 가정을 이루는 것이 결국 좋은 국가를 만드는 일이다.

◆산업화로 가족 구조 변화=전통적인 가족은 3대 이상이 경제적 목적으로 한곳에 모여 생활하는 확대가족이었다. 노동력이 많이 필요한 농경 중심의 사회였기 때문이다. 산업화를 거치면서 가족 규모는 계속 작아지고 있다. 경제력을 갖춘 젊은이들이 결혼 전부터 독립하는 경우가 많아 1인만으로 구성된 가정도 적지 않다. 가장 일반적인 형태는 부모와 어린 자녀만으로 구성된 핵가족이다. 핵가족 내에서 과거처럼 공동체 정신을 익히기가 쉽지 않다. 갈수록 개인주의가 심화되는 이유다.

여기에 서양의 평등주의가 유입돼 전통적인 가족관계에서 강조하던 효를 기반으로 한 경로사상이 무뎌졌다.

가족 간에도 실리를 따지다 보니 부모와 자식, 남편과 아내의 대화마저 단절됐다. 가족의 해체는 가족 구성원의 정서적 유대감이 붕괴된 탓이다.

영국의 시인 로버트 브라우닝(1812~1889)은 “행복한 가정은 미리 누리는 천국”이라고 말했다. 천국과 같은 가정은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천국의 문을 여는 열쇠는 다름 아닌 대화다. 상대방이 어려움을 호소할 때 경청하고 격려하는 작은 노력이 그 시작이다.

  박형수 기자

※도움말=류태영 청소년미래재단 이사장, 박경애 광운대 교육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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