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룸싸롱 '성매매 리스트' 파문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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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여수시 H 룸살롱의 '성매매 리스트'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 리스트에 대한 문의가 경찰서.기자실 등에 7일 내내 이어졌다.

여종업원들이 언급한 인사들과 같은 직종에 종사하는 이들도 주변사람들로부터 '안부전화'를 받는 등 곤욕을 치렀다.

가장 먼저 불통이 튄 곳은 여수경찰서.해당 유흥주점 여종업원들이 고위간부를 포함,경찰관 7명이 성매매했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

윤모 여수경찰서장은 가족.친지 등으로 부터 100여통이 넘는 전화를 받아야 했다.

전남경찰청은 서둘러 "경찰 고위간부로 지칭된 사람은 문모 여수해양경찰서장으로 윤 서장과은 관련이 없다 .경찰청과 해양경찰청은 상급기관이 다르다"며 정정보도를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성매매리스트에서 여수경찰서도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상태.

이번 리스트에 모 파출소장 등 3명의 직원도 포함됐다.

경찰은 "지난달 초 파출소장 등 3명이 다른 민간인 2명이 그 술집에서 불러 1시간 술을 같이마신 적은 있으나 속칭 2차 등 성매매를 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성단체와 해당 여종업원들은 2차를 나간 것 뿐 아니라 룸에서 술을 마시고 퇴폐적인 쇼를 강요한 것도 모두 '성매매'를 한 것으로 보고있다.

이 때문에 이들 여성들이 작성한 리스트는 경찰관 7명과 대학교수 4명.병원장과 의사 5명.선주와 선박회사 경영진 4명.교사 2명 등 모두 22명에 이른다.

여수해양경찰서 직원들은 문 서장이 대기발령된데다 이날 복무감찰이 시작돼 거의 일손이 잡히지 않는다는 모습이다.

문 전 서장은 경찰조사에서 "지난달 초 고향에서 온 친구 2명과 함께 술을 마신 사실은 있으나 너무 취해 기억이 없다.다음날 아침에 눈을 떠보니 여관방이었다"고 말했다.

문제의 룸살롱은 '△△님'으로 기관.단체장들도 상당히 많이 드나들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여수해경 김모씨는 "경찰서에서 걸어서 10분정도 거리에 자리해 있으나 이름이 특이하고 높으신 분들이 많이 다니는 고급 룸살롱으로 소문나 가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고 말했다.

선박검사기술협회 공모 여수지부장은 "해경서장이 대기발령돼 선주나 선박 기술자들도 상당히 충격을 받은 모습"이라며 "선박회사 선주와 경영진도 그 술집에 다닌 것으로 거론되고 있으나 주변에서 실제 다녔다는 사람은 없다"고 밝혔다.

여수 J병원 이모 과장은 "병원장과 의사들도 성을 샀다는 소식이 화제가 되고 있다"며 "퇴폐적인 술집 문화가 사라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H 룸살롱 여종업원 8명은 지난 6월 30일 오후 술집을 나와 광주.전남 여성단체 연합 부설 성매매여성지원쉼터 한올지기에 구조요청을 했다.이들은 광주.전남 여성단체 연합의 도움을 받아 업주 성모(38.여)에 대한 고소장을 내고,고객 명단을 작성한 뒤 성매매 가담자들의 처벌을 요구했다.이들은 업주의 폭행과 윤락강요.임금착취에 반발해 '집단 탈출'했다고 주장했다

당초 사건은 지난 4월 27일 오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술집 영업을 끝낸 여종업원 3명이 근처 호프 집에서 술을 마시다 싸움을 벌인 것.파출소에 동행된 여종업원 A모(25)씨가 수첩에 적혀있던 15명의 명단을 제시하며 업주 성씨에 대한 처벌을 요구했다.경찰은 "A씨가 업주와 불화로 명단을 제출했다가 나중에 '술에 취해 말을 잘못했다'며 진술을 번복하고 관계자들도 혐의를 부인하는 바람에 수사가 늦어졌다"고 해명했다

수사 진척이 이뤄지지 못한 상태에서 지난달 말 A씨가 또 업주에게 뺨을 맞아 고막이 찢어지는 상처를 입자 여종업원 10명 중 8명이 술집을 뛰쳐나가 여성단체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전남경찰청 여경기동수사대는 피해여성들에 대한 진술을 받은 뒤 문 전 여수해경서장을 포함해 명단에 적힌 사람들과 대질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업주에 의해 강제 성매매를 했다는 피해 여성들의 진술이 대부분 시간과 장소를 특정하지 못한 데다 일부 실명과 사진이 다른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여종업원들과 핸드폰으로 통화하며 단골로 다닌 사람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종원들의 추가 진술을 받아 성매매 등 혐의의 구체성이 드러나는 인사부터 소환 조사할 계획이다.

광주=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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