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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보관소의 허와 실

중앙일보

입력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시내 곳곳에 ‘자전거 보관소’라는 이름이 붙은 시설도 증가하고 있다. 이 보관소에 세워두면 자전거를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을까.
6일 오후 1시 무렵 경찰청에서 멀지 않은 서울시내 서소문사거리 주변 보도에 설치된 자전거 보관소. 6대를 세울 수 있는 시설에 자전거 3대가 ‘보관’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중 한 자전거 뒷바퀴의 모습이 볼썽사납다.


자전거 뒷바퀴가 자물쇠에 찡찡 감겨 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온 주인은 자물쇠 줄을 거치대에 채우지 않고 자전거 뒷바퀴에 그냥 걸어놓은 상태로 자리를 떠난 듯. 이를 본 누군가가 자전거 안장 밑 쇠봉으로 자물쇠 줄 사이에 끼워 여러 번 빙빙 돌려 자전거 뒷바퀴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게 만들어 놓았다. 장난이라고 하기엔 너무 심한 ‘심술’이 발동한 것일까. 옆에 세워진 자전거를 살펴보니 안장이 없었다.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에 따르면 이 보관소는 자전거 이용시설 중 하나로 정식 명칭은 ‘자전거 주차장’이다. 자전거 이용시설의 구조·시설 기준에 관한 규칙(행정안전부령 제329호) 제16조는 주차장 설치 기준을 정하고 있다. 자전거 주차장은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장소에 설치해야 하며(1항), 자전거의 도난 방지를 위한 장치의 설치를 용이하게 해야 한다(3항)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 어디에도 자전거를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은 없다. 그런데도 자전거를 세워두는 곳은 ‘주차장’이 아닌 ‘보관소’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글·사진/워크홀릭 노태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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