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회장 '다보스 언행' 관심…유종근고문과 설전뒤 밀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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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재계의 이른바 빅딜과 관련, 김우중 (金宇中) 대우그룹 회장의 최근 발언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대우의 구조조정은 80년 옥포조선소 인수때 다했다.

앞으로 발표할 경영혁신에 특별한 구조조정은 없다” 는 金회장의 '다보스' 발언은 전혀 뜻밖이다.

심지어 金회장은 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동행한 유종근 (柳鍾根) 대통령당선자 경제고문과 “대기업만 잘못했다고 하면 어떡하느냐” 며 기업 구조조정 방향을 놓고 설전까지 벌였다.

지난달 24일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당선자와의 단독면담후 '2월중 획기적 구조조정' 을 시사, 자신감을 보였던 점에 비춰보면 이는 의외의 '돌출성 발언' 이다.

그런데 정작 金당선자측 반응은 담담하다.

당선자측의 핵심 관계자는 “두고 보면 알게 될 것” 이라며 “2~3일후면 대우의 구조조정이 상당히 가시화될 것” 이라고 예고했다.

金회장의 발언은 당선자측의 사전 양해아래 이뤄진 계산된 발언이라는 귀띔이다.

자신에게로 쏟아지는 재계의 곱지않은 시선을 비켜가고 재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으로 비쳐지길 바라는 金회장의 뜻이 실린 것이란 설명을 하고 있다.

金당선자측의 다른 핵심측근은 “金회장의 발언을 잘 뜯어보면 재벌의 잘못보다 더 큰 것은 은행이고, 더욱 결정적 책임은 현정권에 있음을 지적한 것” 이라며 “기업구조조정이 경제개혁의 핵심인 것처럼 인식되고 있는데 대한 재계의 불만을 대변한 것 아니겠느냐” 고 말했다.

이와 함께 외화난을 풀기 위해선 빅딜보다 그룹의 구조를 수출드라이브형으로 바꾸는 작업이 우선이라는 점을 金당선자측에게 설득하는 양동작전을 벌여나가겠다는 뜻도 담긴 것으로 당선자측 일각에선 해석한다.

한편 대기업 구조조정을 둘러싸고 가벼운 '설전' 을 벌였던 김우중 대우그룹회장과 유종근 차기대통령 경제고문 겸 전북지사가 지난달 31일 세계경제포럼 (WEF) 총회가 열리고 있는 스위스 다보스 시내 모처에서 만나 밀담을 나눈 것으로 밝혀졌다.

이날 만남은 金회장측의 끈질긴 요청으로 이뤄졌으며 두사람은 다보스 국제회의장이 아닌 시내 한 호텔에서 약 1시간 정도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총회 참석을 마치고 1일 워싱턴으로 떠난 柳지사는 '밀담' 내용을 묻는 기자들에게 “그쪽에서 만나자고 해 잠시 만난 것뿐” 이라며 더이상의 구체적 언급을 회피했다.

이와 관련, 한 소식통은 “柳지사는 오해 가능성을 우려,가급적 안만나려 하는 것 같았다” 면서 “그러나 金회장측이 계속 요청하는 바람에 면담을 피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한 것같다” 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또 “두사람간에 대기업 구조조정과 관련한 재계의 입장과 대우측의 경영혁신방안 및 미국 GM측과의 대우자동차 지분참여 문제 등에 대한 金회장의 설명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고 덧붙였다.

柳지사는 차기정부에서 맡게될 자신의 역할과 관련, “경제수석으로 청와대에 들어가는 일은 결코 없을 것” 이라며 일부의 경제수석 발탁설을 일축했다.

그는 그러나 경제고문과 경제수석이 함께 있을 경우 의견대립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차기정부의 경제수석은 반드시 내가 천거한 사람이 맡게될 것” 이라고 답했다.

한편 세계적 정치.경제계 지도자들이 대거 참석한 이번 다보스 총회 기간중 柳지사와의 면담.인터뷰 요청이 쇄도, 차기정부의 '경제실세' 로 부상하고 있는 柳지사에 대한 각국의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다보스 = 배명복 특파원,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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