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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 스캔들]신뢰도에 흠집, 한국 구제금융 차질 우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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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의 스캔들 파장이 한국에도 미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연두교서 발표후 클린턴의 업무수행에 대한 지지도는 67%를 상회하고 있다.

그러나 공화당이 의회를 지배하는 상황에서 스캔들로 인한 지도력 약화로 실제 정책수행에는 적지 않은 차질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국으로서는 미 정부의 구제금융, 한.미통상문제, 남북관계 등에서 미 정부의 기존정책이 흔들리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와 관련, 워싱턴 한국경제연구소 (KEI) 의 피터 벡 연구실장은 “미 정부의 대 (對) 의회 설득과정에서 신뢰도에 흠집난 클린턴 대통령의 입김이 제대로 먹힐는지 의문” 이라고 말했다.

즉 “이라크 무력응징에는 미의회가 초당적 지지를 보이고 있지만 국제통화기금 (IMF) 구제금융건에 대해서는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 이라는 것이다.

한.미 통상문제도 넓게는 클린턴 스캔들과 무관치 않다.

스티븐 보스워스 주한미대사는 지난달 23일 “미국은 자동차.농산품 등 한.미 통상현안과 관련, 한국의 경제난국을 이용해 미국의 이익을 취하지 않을 것” 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반면 지난 20여년간 미 무역대표부 (USTR)에 근무했던 게자 페키티키티는 “현재 미 정부가 보이는 반응은 한국측 요구에 대한 의례적인 것으로 미 업계의 압력에 의해 어떻게 행동할지는 두고볼 일” 이라고 지적했다.

다시말해 자동차.철강.반도체 등 한국기업과 경쟁하는 미 업체들이 의회를 움직여 한국을 압박할 때 클린턴이 제대로 바람막이 역할을 할지는 두고봐야 하는 것이다.

클린턴 스캔들이 남북관계에 미칠 파장도 적지 않다.

존스 홉킨스대의 돈 오버도퍼 석좌교수는 “얼마전 방한했던 코언 미 국방장관이 한국의 국방비 감축에 우려를 표명한 점이 주목된다” 고 밝혔다.

현 경제난국에서 미국산 무기구입에 차질이 생길 때 미 방산업계의 반발을 미 의회와 행정부가 견뎌낼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얘기다.

한편 대 (對) 북한 경수로지원 경비부담에 한국이 겪을 어려움도 클린턴 스캔들과 무관치 않다.

金당선자는 미 정부가 상징적이나마 경수로 경비부담에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미 정부는 여전히 의회의 반대를 앞세워 난색을 표하고 있다.

결국 섹스 스캔들로 휘청거리고 있는 클린턴이 대의회 설득에 얼마나 성공할지가 순조로운 한.미간 현안해결의 관건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워싱턴 = 길정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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