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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윈스키 스캔들 이모저모…클린턴 사임 공개적 거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의 섹스 스캔들이 일파만파 (一波萬波) 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언론들은 이 사건을 앞다퉈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으며 앨 고어 부통령의 승계설까지 대두되고 있다.

○…미국언론들은 연일 모니카 르윈스키 스캔들을 1면 톱기사로 보도하는 등 열띤 취재경쟁을 전개. 워싱턴 포스트는 르윈스키의 비밀대화는 클린턴에게 적대감을 갖고 있는 저작권대리업자 루션 골드버그의 사주로 르윈스키의 친구 린다 트립이 녹음했다고 보도. CNN은 클린턴과 르윈스키의 모습이 함께 담긴 비디오테이프를 최초로 공개. 이 테이프는 클린턴이 재선에 성공한 다음날인 지난 96년 11월6일 백악관 옥외에서 열린 축하행사 장면을 담은 것으로 클린턴이 밝게 웃고 있는 르윈스키와 포옹한 뒤 간단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들어 있다.

○…전 백악관 비서실장이 클린턴의 사임과 고어 부통령의 승계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해 주목. 클린턴 1기 행정부의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냈던 리언 파네타는 24일 새너제이 머큐리 뉴스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스캔들에 뭔가 있다면 그것은 클린턴 대통령을 물러나게 할 것” 이라고 언급. 그는 특히 “그러한 상황하에서 만약 고어 부통령이 대통령이 되고 새로운 메시지와 인물들이 나온다면 민주당으로서는 차라리 잘된 일일 수도 있다” 면서 고어의 승계 가능성을 거론.

○…클린턴의 딸 첼시가 다니는 스탠퍼드 대학생들도 클린턴 스캔들을 놓고 왈가왈부. 첼시의 동료학생 하나는 “이번 사건은 개인적인 문제로 다뤄져야 한다” 고 옹호했고 다른 동료도 “스캔들과 관련된 여러 얘기들로 인해 환경문제 혹은 세계경제문제 등 더 중요한 국사 (國事) 논의가 방해받고 있다” 고 지적.

○…백악관에 채용되는 임시여직원들은 주로 학생들이며 행정부 직원이나 의회의원 등 실력자의 추천으로 근무하게 된다고. 르윈스키의 경우 민주당에 많은 헌금을 제공한 월터 케이라는 가족친지의 소개로 95년 여름 채용됐다.

○…미국인들은 르윈스키보다 힐러리여사를 더욱 동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UPI통신이 보도. 이 통신이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0%가 힐러리 여사를 동정하고 있다고 대답한 반면 르윈스키를 동정하고 있다는 응답자는 24%에 불과했다는 것.

○…클린턴 대통령의 섹스 스캔들이 일약 세계의 화제거리가 돼 비중있게 다뤄지고 있다.

그러나 스캔들을 대하는 시각엔 국가별로 다소 차이점이 있어 흥미를 끈다.

프랑스의 일간지 쉬드 웨스는 사설을 통해 “한 남자의 모든 것을 알아야겠다는 것은 전체주의적 발상” 이라며 “미국의 그 대단한 민주주의는 청교도적 독재 때문에 가끔 경찰국가를 닮아간다” 고 클린턴을 몰아붙이는 미국사회를 은근히 나무랐다.

독일의 프랑크푸르터 룬트차우지는 “아시아의 금융위기, 중동 및 발칸반도의 분쟁 등을 해결하려면 미국과 국민적 존경을 받는 미국 대통령의 존재가 필수적” 이라고 했다.

타블로이드 신문의 천국인 영국에서는 스캔들의 시시콜콜한 대목까지 크게 취급되고 있다.

○…클린턴 대통령의 성추문사건 폭로 배후로 알려지고 있는 루션 골드버그 (62.여) 는 책 출판때 저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대변하는 일을 하는 대리인이다.

골드버그는 워싱턴 포스트지와의 회견에서 "클린턴 대통령이 이 녹음테이프로 인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게 된다면 좋은 일" 이라고 말할 정도로 클린턴 대통령에게 반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골드버그는 지난 60년 대통령선거 당시 린든 존슨 진영에서 일한 바 있으며 나중에는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공보실로 자리를 옮겼다.

또 지난 72년 대선에서는 기자로 활동하면서 민주당 조지 맥거번 후보에 관한 정치정보를 공화당측에 돈을 받고 건네기도 했다.

○…뉴스위크지 26일자는 르윈스키가 친구이자 전 백악관 여직원인 린다 트립과의 전화통화에서 클린턴 대통령과의 성관계에 대해 거짓말을 할 계획임을 밝혔다는 통화내용을 폭로해 관심. 통화내용 발췌문에 따르면 르윈스키는 "폴라 존스사건 변호사들 앞에서 대통령과의 성관계에 대해 부인하겠다" 고 했고 "대통령과의 관계를 다른 사람들에게 말했다는 사실을 클린턴에게 말하지 않았다" 고 말했다는 것. 발췌문은 그녀가 한밤중 클린턴과 전화로 노골적인 성적 대화도 나눴으며 트립과의 대화도중 흐느껴 울고 둘의 만남을 얘기할 때 흥분도 했다고 소개했다.

또 이 잡지는 "르윈스키가 클린턴의 다른 여자들에 대해 질투했다" 는 트립의 의견도 소개했다.

○…클린턴의 이번 성추문사건을 두고 CNN을 비롯한 일부 미국언론들은 지난 74년 리처드 닉슨대통령의 사임을 부른 '워터게이트' 사건에 빗대 '지퍼게이트' 나 '모니카게이트' 등으로 부르고 있다.

지퍼게이트는 클린턴이 바지의 지퍼부분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음을 가리키는 말이며, 모니카게이트는 이번 성추문의 대상인 르윈스키의 이름을 따 부르는 말이다.

하지만 뉴욕 타임스나 워싱턴 포스트 등 권위지들이 정식으로 'XX게이트' 라는 말을 쓰지 않고 있어 아직 통일된 용어로는 정착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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