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볼만한 영화들]애인끼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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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넉넉하지도 포근하지도 못한 이번 설 연휴에 우리 영화가 위안이 되길. '접속' 과 '편지' 를 거치면서 한국의 영화관객들은 애틋한 사랑의 감정 곡선을 되찾게 되었고 극장이라는 공공장소에서 눈물을 흘려 보기도 했다.

24일 개봉되는 '8월의 크리스마스' (감독 허진호.제작 우노필름) 는 이 계열의 영화를 종합.정리하는 듯한 느낌을 갖게한다.

'접속' 이 모르는 존재 간의 컴퓨터 대화가 사랑으로 이어져가는 애틋함을 표현했고, '편지' 가 죽음이 갈라놓은 막막한 슬픔의 감정을 그렸다면 '8월의 크리스마스' 는 이 둘을 한꺼번에 보여준다.

한석규, 심은하가 주인공들인 전형적인 멜로드라마이지만 영화중에 한번도 “사랑한다” 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연모의 감정을 토로하는 편지 내용도 보여주지 않는다.

주인공이 왜 죽을 병이 들었고 어떻게 죽었는지 구구하게 설명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절제된 연출과 카메라 워크는 훨씬 많은 것을 전달해준다.

도시 변두리의 퇴락한 사진관 점원 (한석규) 과 구청의 주차단속원 (심은하) 의 만남과 관계는 지극히 자연스럽고 현실적이다.

이와 반대로 24살의 여대생 이서군 감독이 만든 '러브 러브' 는 미래 세계에 여자 킬러와 만화가의 이상한 만남과 이별의 사연들을 툭툭 내던진다.

시간의 흐름이나 논리적인 이야기 구조를 거부하는 감독은 허무와 불안의 강박관념으로 영화를 가득 채우고 있다.

이들 새 우리 영화들에서 음악의 비중이 작지않다.

한석규 자신이 이례적으로 '8월의 크리스마스' 의 주제곡을 불렀고, '러브 러브' 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은 성기완.고구마가 멤버인 강아지문화예술의 튀는 감각과 치밀한 구성으로 짜여졌다.

채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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