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주, ‘억척스럽지만 멋스러운’ 요즘 아줌마 보여줬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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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자, 천지애. 남편 출세를 위해서라면 간도 쓸개도 다 끄집어낼 억척 아줌마. 학창 시절엔 ‘퀸카’로 통했지만 좀스러운 남편을 만나 팔자가 꼬인 케이스. 아줌마답지 않은 세련된 스타일로 멋은 냈지만, ‘사자성어’ 하나 제대로 못 대는 맹한 캐릭터다.

억척스럽지만 코믹한 아줌마인 ‘천지애’ 역으로 8년 만에 돌아온 김남주. 패션 스타일은 물론 대사 한 마디까지 화제다. 그는 “ 아이를 키우면서 연기의 폭이 더 넓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MBC 제공]

이 배우, 김남주(38). 드세지만 멋스럽고, 억척스러우나 코믹한 천지애로 완벽 변신했다. 김남주가 천지애인지, 천지애가 김남주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와중에 8년 만의 드라마 복귀작인 MBC ‘내조의 여왕’은 시청률 30% 고지를 넘어설 태세다. 방송가엔 요즘 “김남주가 MBC를 살렸다”는 농이 나도는데, 능청스러운 그의 연기를 보고 있자면 딱히 틀린 말도 아닌 듯싶다.

◆천지애로 되살아난 김남주=“커리어우먼 이미지를 벗는 게 숙제였어요. 그런 이미지를 깨려는 생각으로 복귀작을 신중하게 골랐어요. 코믹한 아줌마 캐릭터인 천지애는 그런 점에서 딱이었죠. 깔끔한 이미지이면서도 실제론 털털한 성격을 가진 저와 겹치는 부분이 많아요.”

처음엔 “망하진 않겠구나” 하는 마음이 앞섰다고 했다. 시청률 대박? 꿈도 안 꿨단다. 게다가 첫 방영 땐 ‘꽃보다 남자’란 아득한 벽이 있었다. 그러나 막상 첫 방송이 시청률 10%대를 겨우 턱걸이 하자 “내 존재감이 이 정도밖에 안 됐나” 하는 자책감이 들었다고 한다.

“8년 만에 돌아오니 배우든 스태프든 대부분 저보다 어린 후배더라구요. 첫 출발은 좀 실망스러웠지만 선배인 제가 힘이 빠지면 안 되겠다 싶어 더 밝게 연기에 임했죠. 제작 현장에서도 천지애처럼 코믹한 표정도 짓구요. 하하.”

◆배우 김승우의 외조=그의 기대는 어긋나지 않았다. ‘꽃보다 남자’가 종영하자 천지애 신드롬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시청률이 단번에 곱절로 뛰었다. 방송 7회 만이었다. 남편인 배우 김승우가 제일 먼저 전화를 걸어 “시청률 20% 넘었더라”며 호들갑을 떨었단다.

“남편이 제 작품을 이렇게 좋아해준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연기 좋다’는 칭찬도 자주 해주고요. 승우씨가 온라인 게시판을 일일이 체크해 팬들 반응도 전해줘요. 이만하면 외조가 제법이죠?”

은근슬쩍 남편 자랑을 늘어놓기에 “천지애처럼 내조할 자신이 있느냐”고 되받았다. 그랬더니 웬걸, 나름의 ‘내조 철학’을 술술 풀어낸다. “내조는 결국 남편 기 살려주는 것 아니겠어요. 절대 목소리를 높이거나 들들 볶지 않아요. 회식이 길어져도 전화 한 통 안 하죠. 가정을 위해선 저보다 남편이 더 잘되는 게 중요하잖아요.”

◆코믹 연기 펼치는 패션 리더=억척 아줌마 역할이지만 스타일만큼은 포기하고 싶지 않았단다. 패션계엔 요즘 ‘천지애 헤어 스타일’ ‘천지애 액세서리’ 등이 화제다. “제작진은 펑퍼짐한 아줌마를 생각했지만 저는 달랐어요. 요즘 아줌마들이 어디 그런가요. 천지애의 패션 감각을 살려주자고 제안했죠.”

‘내조의 여왕’이 ‘시청률의 여왕’으로 우뚝 선 데엔 그의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가 큰 몫을 했다. 인터넷엔 김남주식 ‘무식 어록’이 떠돌 정도다. 그는 드라마에서 “이 카드 마그네슘(마그네틱) 손상됐나 봐요”와 같은 ‘아줌마 화법’을 기가 막히게 소화해낸다.

“대본에 없는 코믹 연기를 할 때도 많아요. 애교 많은 막내라서 그런지 개그 본능도 있나봐요. CF 활동을 하면서 복합적인 표정 연기를 잘 익히기도 했구요.”

이 여자 배우, 김남주. 그간 결혼을 했고 아이를 낳았고 다시 안방 무대의 ‘여왕’으로 돌아왔다. 이만하면 완벽한 복귀다. ‘8년 공백’이란 말이 민망할 정도다. 하긴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그에게 ‘천지애 신드롬’은 예견된 것이었는지 모른다. 드라마 속 천지애의 명쾌한 대사 한 토막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다. “당신처럼 잘난 사람은 튀게 돼있어. 군대일학(군계일학)이란 말도 있잖아.”

정강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