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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근로자들의 깨어진 '코리안드림'…비행기표 못사 귀국못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21일 오후2시 경기도시흥시정왕동 시화공단 인근 오이도 마을 판자촌 어느 집. 대문도 없이 시골 폐가를 연상케 하는 2평 남짓한 좁은 골방에 라라 (33.방글라데시 국적) 등 불법 체류 외국인 노동자 4명이 이불을 뒤집어 쓰고 누워 있었다.

추위와 배고픔에 지친 표정이 역력했다.

“다니던 회사가 부도나면서 일자리를 잃고 마땅히 오갈 곳도 없어 동료들과 집세로 월15만원을 내고 이 곳에서 두달째 살고 있어요.” 2년전 시화공단내 금속업체에서 도금작업을 해오던 라라는 고국으로 돌아가고 싶어도 비행기 삯이 없어 갈 수 없는 형편이다.

이날 안산시 외국인노동자상담소에서 만난 스리랑카 출신의 아직 (35) 은 석달전 회사에서 해고된 뒤 거리를 헤매고 있다고 했다.

“일자리 있어요? 봉급은 없이 먹여주고 잠만 재워주면 열심히 일할게요.” 아직은 오후10시쯤이면 아직 해고되지 않은 동료회사의 기숙사 담을 몰래 넘어 들어가 도둑잠을 잔 뒤 새벽같이 나와 일자리를 찾고 있다.

시화.반월공단내 2천6백여 업체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는 2만5천여명. 이 가운데 산업연수생 6천7백여명을 제외한 1만8천3백여명이 불법 취업자들이다.

국제통화기금 (IMF) 한파로 외국인 노동자의 40~50%에 이르는 8천~9천여명이 최근 해직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외국인노동자상담소 관계자는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해직자의 상당수가 '코리안 드림' 을 포기하고 고국으로 돌아갔지만 아직도 4천여명이 일자리를 찾아 시화.반월공단 일대를 방황하고 있다고 전했다.

외국인노동자상담소 朴천응 (36) 목사는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고 말했다.

안산 = 엄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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