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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소매점 '고객은 왕이지만 이런 고객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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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고객은 왕이라고요? 천만에요, 귀찮기만 한 고객도 많아요."

미국의 유명 전자제품 소매 체인점인 베스트 바이가 AP통신에 털어놓은 불만이 재미있다. 바쁜 점원을 잡고 이것저것 물어보기만 하고 지갑을 열지 않는 사람, 세일 기간에만 얼굴을 내미는 고객, 물건을 사고 리베이트(제조회사가 제품가격의 일부를 현금으로 돌려주는 서비스)만 챙긴 뒤 그 물건을 다시 반납하는 얌체족 등이 얄미운 고객의 대표적 유형이다.

브래드 앤더슨 베스트바이 최고경영자(CEO)는 이런 부류의 고객을 '현금지급기에 돈을 넣지는 않고 빼가기만 하는 사람'에 비유했다. 베스트바이는 이런 얌체 소비자들을 빡빡하게 다루는 방안도 강구 중이다. 회사 측은 구체적인 내용 공개를 꺼리지만 예컨대 리베이트를 받은 뒤 반품할 땐 반품 규정을 훨씬 까다롭게 하는 식이다.

소매업계 컨설턴트이자 컬럼비아대 경영학과 명예교수인 래리 셀던은 이런 얌체 소비자들을 '악마 같다'고 욕하기도 한다. '천사 같은 고객, 악마 같은 고객'이란 책을 낸 그는 "고객이라고 다 같은 고객이 아니다"고 강조한다.

가령 웬만큼 큰 미국 내 은행들은 고객별로 이익 기여도를 면밀히 따져 거기에 걸맞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돈은 얼마 맡기지도 않으면서 요구사항이 많고 너무 까탈스럽게 구는 고객에게 서슴지 않고 "다른 데 가서 알아보라"는 투자회사가 점점 늘고 있다.

얄미운 고객들을 '해고'하는 것도 일책이라고 셀던은 제안했다. 고급 옷을 싸게 파는 걸로 유명한 필린스 베이스먼트는 지난해 두 자매에 대해 자사의 21개 매장 출입을 금지시켰다. 이들이 옷을 산 뒤 적당히 입다가 반품하는 짓을 상습적으로 해 왔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미운 손님이라 해도 이러한 '극형'을 내리는 상점은 드물다. 돈 안 되는 고객이라고 푸대접한다는 소문이 나면 다른 소비자들이 발길을 줄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마케팅 전문가들은 "돈 안 되는 고객을 돈 되는 고객으로 바꾸는 것이 진짜 실력"이라고 충고한다. "고객이 정 마음에 들지 않으면 소리 나지 않게 멀리하라"는 것이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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