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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산행 요령…폭설땐 경사면 아래 야영은 절대금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7면

지난 14일 영동지방에 내린 폭설과 눈사태로 20여명의 산악인이 조난을 당해 이중 8명이 목숨을 잃는 참사가 발생했다.

지난해 신정연휴때 설악산에서도 3명의 산악인이 목숨을 잃었다.

겨울철 갑작스런 기상 이변이 얼마나 위험한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고였다.

영동지방은 지형적인 요인과 기압배치의 영향을 받아 겨울이면 9회 정도의 많은 눈이 온다고 기상청은 밝히고 있다.

특히 올해는 엘니뇨의 영향으로 폭설이 자주 내리고 있다.

겨울산에서의 눈사태는 아무런 징후없이 닥친다.

특히 나무가 없는 암반지형에서는 경사가 45도만 넘어도 눈사태가 발생하기 쉽다.

그러므로 폭설이 내리거나 이미 눈이 쌓인 경사면의 하단부에 야영을 하는 것은 절대금물이다.

그리고 눈이 내리면 무조건 대피해야 한다.

이번 토왕성폭포사고가 일어날 당시에도 1백여명의 산악인이 빙벽훈련을 위해 몰렸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이 내리기 시작하자 서둘러 철수하는 바람에 화를 면했다.

순백의 눈으로 덮인 겨울산은 낭만적으로 보이지만 이번과 같은 눈사태 이외에도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길을 헤쳐 나가다 보면 자칫 길을 잃을 염려가 있다.

특히 강한 눈보라가 몰아쳐 시계가 나빠지면 마음이 조급해져 착시 (錯視)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지난해 신정연휴 공룡능선에서의 사고도 이때문에 일어났다.

설악산적십자구조대의 정복주 (41) 씨는 “일단 눈보라가 일면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고 보는게 상책” 이라며 “조급한 상황에서 허둥대다 보면 체력이 떨어져 '저체온증 (하이포서미아)' 에 걸리기 쉽다” 고 말한다.

이번 폭설로 대청봉에서 화채능선을 종주하다 이틀동안 눈속에 갇혔던 강원산악연맹대원 7명이 살아 돌아올 수 있었던 것도 안전한 곳에서 눈이 그치길 기다렸기 때문이다.

미국의 등산전문잡지 마운티니어링에 실린 '바람의 세기와 체감온도 표' 에 따르면 섭씨 영하 24도에서 초속 20m의 바람이 불 때 체감온도가 섭씨 영하 59도로 떨어진다.

그러므로 겨울산행시에는 전문가와 함께 자신의 체력을 감안해 산행지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또한 사전에 일기예보를 알고 거기에 맞는 장비를 갖춰 산행을 떠나야 한다.

기상청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최근 일기도를 비롯한 각종 예보를 쉽게 접할 수 있다.

기상청 홈페이지는 'http://www.kma.go.kr' 이다.

악천후 속에서의 산행은 체력소모가 크다.

또한 옷이 땀에 젖다보니 마른 옷보다 체온을 2백40배나 빨리 빼앗긴다.

저체온증에 걸리면 오한.판단력 상실.언어장애.졸음.비틀거림.마비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인체에서 체온을 가장 많이 빼앗기는 부위가 머리.목.손이다.

방한복과 울제품의 모자.장갑.양말 등은 필수품이다.

특히 여분의 장갑과 양말은 물론 4발이나 6발의 아이젠과 피켈 등의 등산장비는 꼭 챙겨야 한다.

김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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