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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운영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12호 02면

‘자운영(紫雲英)’. 부처가 타고 다닌다는 붉은 구름이 꽃 되어 논바닥에 깔렸습니다.
꽃 이름치고 이만큼 예쁜 이름도 드문 듯합니다.
촉촉한 아침 이슬 머무른 꽃망울에 햇살이 다가가니 자운영 꽃이 스스로 제 몸을 밝힙니다.
황홀한 빛을 여는 상서로운 아침입니다.
숨을 아래로 내리고 눈에 힘을 살짝 뺀 채 새털같이 가벼운 걸음을 걸으면 길가의 풀과 꽃들이 살갑게 다가옵니다. 풀과 꽃들의 ‘말함’이 저마다 빛을 타고 옵니다.
세상은 아름답다고, 언제나 이 아침은 아름답다고 이야기합니다.
천천히 걸으며 시간을 이만큼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행복합니다.
부처는 붉은 구름을 타고 다녔다지만 나는 붉은 구름에 빠져 꽃이 되었습니다

PHOTO ESSAY 이창수의 ‘지리산에 사는 즐거움’



이창수씨는 16년간 ‘샘이깊은물’ ‘월간중앙’등에서 사진기자로 일했다. 2000년부터 경남 하동군 악양골에서 녹차와 매실과 감 농사를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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