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톤급 개발 재료 터져도 잠잠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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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호 26면

“재료는 무슨 재료요? 거래가 돼야 땅값이 오르죠.”

아직 썰렁한 토지·상가·오피스 시장

땅값이 올랐다는 인천시 옹진군의 중개업소 몇 곳에 시장 분위기를 묻자 돌아온 답변이다. 국토해양부는 지난 3월 전국 249개 시·군·구 중 12곳에서 땅값이 올랐고, 이 중 가장 많이 오른 곳이 경기 과천(0.12%), 다음이 인천 옹진(0.119%)이라고 지난달 23일 발표했다. 국토부는 상승 지역에 똑같이 ‘금융시장 안정 기미 및 부동산시장 바닥 진입 인식 확산으로 지가 보합세’라고 이유를 달았다. 옹진군 덕적도 일대의 인천조류발전단지 계획, 신발전지역 종합발전구역 검토 등 재료가 없지 않으나 현장 분위기는 여전히 썰렁했다. 땅값이 오른 나머지 지역은 대부분 집값이 반등한 강남권과 과천 등이다.

전국적으로 토지 시장은 긴 동면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기 침체로 공장·주택용지 수요가 급감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거래건수나 면적도 전년 대비 10~15% 줄었다. 다만 통계상 하락폭은 조금씩 좁혀져 지난해와 같은 급락 현상이 다시 출현할 가능성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토지 시장의 규제 사슬은 대부분 풀렸다. 대표적인 게 토지거래허가구역이다. 2007년 8월 국토(남한) 면적의 22%에서 4월 말 현재 8.5%(8509㎢)로 줄었다. 부재지주·비사업용 토지의 양도세 중과도 폐지됐다. 이명박 정부 들어 굵직한 개발 공약도 줄을 이었다. 국토부는 지난해 국토면적 대비 도시용지 비율을 현재 6.2%에서 2020년까지 9.2%로 확대하겠다고 했다. 3%포인트의 도시용지 증가는 분당신도시 150개 규모의 용지 공급과 맞먹는다. 여의도 154배 규모의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 및 완화, 분당신도시 16배 규모의 그린벨트 해제 등도 이어졌다. 여기에 4대 강 개발, 경인운하 건설, 광역경제권역 개발 등 메가톤급 호재가 터졌다. 한강르네상스, 역세권 개발, 재건축·재개발과 같은 도시 재생 프로젝트도 수도권에서 추진되고 있다. 이 같은 재료들은 죄다 불황에 가려졌으나 주택시장이 안정세를 찾아가면 뒤늦게 가격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뒷북투자를 하기보다 하락기 내지 급락기를 활용해 ▶대형 프로젝트 추진 지역 ▶규제 해제 및 완화 지역 ▶도시 확장 지역 ▶도심 역세권 등의 급매물을 선점한 뒤 기다리는 게 정석이라고 말한다.

한편 상가·오피스 시장은 경기 침체의 충격에 본격 노출되기 시작했다. 특히 상가시장은 공실률이 늘어나는 단계에서 임대료가 떨어지는 단계로 바뀌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매장용 상가의 공실률은 1월 1일에 비해 1%포인트 상승한 11.4%를 기록했다.

도심상권의 공실률은 일본 관광객이 많은 명동 상권에서 줄었으나 종로 상권에서는 늘어 전체적으로 3개월 전에 비해 2.9%포인트 증가했다. 임대료는 도심상권이 ㎡당 4000원, 강남 상권이 ㎡당 2400원 줄었다. 서울 지역 오피스 빌딩의 공실률은 여의도·마포 지역(3.6%)이 가장 낮고 도심 지역(4.2%)과 강남 지역(4.4%)은 상대적으로 높았다. 1월 1일과 비교해 도심과 여의도·마포는 0.3%포인트, 강남은 1%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도심 지역은 주로 외국계 금융사의 영업망 축소와 중소업체의 외곽 이전이, 강남 지역은 높은 임대료를 피하기 위한 사무실 이전이 늘었다.

움츠렸던 상가 분양은 이른바 몰링(malling) 상가를 중심으로 이달부터 재개될 조짐이다. ‘몰링’이란 상품 구매와 식사, 오락을 한 장소에서 해결하자는 소비 경향이다. 백화점·할인점·영화관 등을 한 지붕 안에 넣은 상가가 몰링상가다. 대표적인 게 송파구 문정동의 ‘가든파이브’다. 가든파이브는 연면적 82만300㎡로 코엑스몰(11만9000㎡)의 6.9배에 달한다. 점포 수만 8000여 개 이른다. 멀티플렉스 영화관, 서점, 전시관, 스파, 공연장 등이 들어선다. 일산 킨텍스 부대시설 ‘레이킨스 몰’, 100% 임대 매장인 영등포 ‘타임스퀘어’도 분양을 앞두고 있다. 상가정보연구소 박대원 소장은 “덩치만 크고 공급이 넘쳤던 기존 쇼핑몰은 서서히 시장에서 퇴장하고 있다”며 “상권 확대, 집객력(集客力) 확보에서 유리한 몰링상가가 이를 대체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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