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학습용품전' 초등학생에 인기…몽당연필 보며 '절약' 배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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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이렇게 어려웠던 때도 있었는데…. 그저 쉽게 쓰고 버리기만 했던 게 죄송스러울 뿐이에요. " 20일 오전11시 제주시 교육박물관 특별전시실. 방학을 맞아 이곳을 찾은 유치원.초등학생들의 눈망울이 초롱초롱 빛난다.

지난해 8월부터 '옛 학습교구류전' 이 벌어지고 있지만 요즘 이곳을 찾는 학생들은 예년과 비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하루 2백명선이던 관람학생들이 요즘은 5백명을 넘어설 정도로 발디딜 틈이 없다.

그러나 이곳에 전시되는 물품이 그리 특이한 것만도 아니다.

볼펜대에 끼워쓴 몽당연필, 미군이 버린 콜라캔을 재활용한 필통, 선후배끼리 대대로 물려입던 교복등 과거 교육현장에서는 흔하디 흔한 것들. 하지만 아이들에겐 그게 그리도 신기하게만 보일 뿐이다.

"옛날에는 샤프연필이 없었나요. 그렇게 조그만 연필이라도 아껴쓰는데 제가 너무 풍족하게만 살았던 것 같아요. " 연필을 깎을 줄조차 몰랐던 아이들은 전시장 한켠 체험코너에서 서투른 솜씨나마 '이제는 배워야겠다' 는 열기다.

박물관 유춘기 (兪春琪) 관장은 "아이들이 어려웠던 학교현장을 너무 모르는 것 같아 그동안 틈나는 대로 수집했던 50~60년대의 학습용품을 전시했는데 경제난 탓인지 부모 손을 잡고 찾아오는 아이들이 많다" 며 의외라는 반응이다.

"어려운 시기를 살아가는 절약의 지혜를 배우려는 관심 때문일 것" 이라는 게 兪관장의 분석이다.

그래선지 전시실을 나서는 고원빈 (高元彬.8.남광초등1) 군은 "우리 나라 경제가 어렵다는데 집에 돌아가면 종이 한장, 연필 한자루라도 가벼이 여기지 않겠다" 고 다짐했다.

제주 = 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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