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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나치 독일 작곡가 한스 아이슬러 탄생 1백주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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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구 동독 국가 (國歌) 의 작곡자인 한스 아이슬러 (1898~1962) 의 탄생 1백주년을 맞아 베를린 등지에서 다채로운 기념행사와 음악회가 열린다.

국제아이슬러협회와 한스아이슬러음악원.베를린예술아카데미.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가 공동으로 '아이슬러 1백주년 기념 베를린축제' 를 개최한다.

또 아이슬러가 할리우드 망명시절 브레히트.횔덜린.괴테.랭보의 시에 붙인 '할리우드 가곡집' 이 오는 8월 데카 레이블로 국내 출시될 예정. 바리톤 마티아스 베르너의 녹음이다.

지난 94년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창설된 국제아이슬러협회가 주축이 돼 펼치는 이번 행사는 음악회.전시.세미나.전집출간 등. 오는 24.25일 암스테르담.로테르담에서 스틱팅 에보니 밴드가 아이슬러의 관현악.실내악을 연주하고 27일 베를린 슈타츠오퍼 아폴로홀에서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음대 실내 관현악단이 아이슬러의 마지막 작품인 '바리톤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엄숙한 노래' 를 무대에 올린다.

또 2월20~22일 브레멘에선 '아이슬러 페스티벌' 이 열리고 25일 뉴욕 링컨센터에서 아메리칸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아이슬러의 '독일교향곡' 을 연주한다.

6월에는 베를린 훔볼트대.자유대.공대가 공동으로 '아이슬러 작품의 연주와 출판' '아이슬러와 빈 악파' '아이슬러와 영화음악' 등의 테마로 학술대회를 개최한다.

베를린예술아카데미 소장 아이슬러 자료들도 오는 6월12일~8월2일 베를린 티어가르텐 전시장에서 일반에게 공개된다.

작곡가 아놀드 쇤베르크의 제자였던 아이슬러는 28세때 '신문검열' 이라는 노래를 발표, '부르주아적 서정주의' 로부터 결별을 선언했다.

현대음악의 사회적 무기력증을 비판했던 그는 노동자 합창단을 지휘하는 등 반나치운동을 벌여 쇤베르크와 헤어졌고 게슈타포의 추적을 피해 미국으로 망명했다.

아도르노.콘골트 등 유태인 작곡가들과 함께 할리우드에서 영화음악 작곡가로 활동 중이던 47년 억울한 간첩혐의로 브레히트와 함께 다시 베를린행 비행기를 타야했다.

일명 '수용소 교향곡' '반 히틀러 교향곡' 이라고 불리는 그의 대표작 '독일교향곡' 은 브레히트 시를 가사로 내레이터와 독창.합창.관현악을 위해 쓴 70분짜리 대작. 37년 파리 엑스포에 맞춰 열리는 국제현대음악협회 (ISCM) 페스티벌에서 연주될 예정이었으나 독일정부의 간섭으로 다른 작품으로 교체됐다.

지금까지는 정치적 이상을 음악으로 실현했던 아이슬러의 사상이 관심의 초점이 되었으나 탄생 1백주년을 기해 그의 작품도 활발한 연주와 함께 재조명받을 전망이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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