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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전 대통령 거부로 박연차와 대질실패…조사 종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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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노무현(63) 전 대통령이 검찰의 소환 조사를 받고 1일 새벽 귀가했다. 검찰은 30일 오후 11시쯤 박연차(64·구속) 태광실업 회장과의 대질 신문을 시도했으나 노 전 대통령 이를 거부했다.

노 전 대통령 조사에 입회한 문재인 변호사는 "대질 신문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가 아니다"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수부는 권양숙 여사를 곧 부산지검으로 재소환해 자녀들에게 돈을 건넨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의 사저에서 30일 오전 8시쯤 출발한 노 전 대통령은 오후 1시19분 대검에 도착했다. 그는 청와대 경호처가 제공한 리무진 버스로 전 청와대 비서실장인 문 변호사 등과 함께 상경했다. 노 전 대통령은 출발 직전 “국민 여러분께 면목이 없습니다. 실망시켜 드려서 죄송합니다. 잘 다녀오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대검찰청에 도착한 뒤에는 취재진의 질문에 “다음에 합시다”라고만 답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에게 “아들 건호씨와 딸 정연씨에게 권양숙 여사가 건넨 돈이 박 회장이 제공한 100만 달러의 일부가 아니냐”고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수부는 권 여사가 2007년 미국에 있던 두 자녀에게 20만 달러 이상을 송금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아내가 100만 달러를 받은 것을 최근에야 알았다"고 주장하자 “부인이 돈을 받아 쓰는 것을 어떻게 모를 수 있느냐”고 캐묻기고 했다고 한다. 노 전 대통령은 100만 달러 사용처에 대해 "아내로부터 설명은 들었지만 내용을 밝힐 수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을 상대로 ^박 회장에게 100만 달러를 요구했는지 ^건호씨와 조카사위 연철호씨가 박 회장에게서 건네받은 500만 달러의 송금 과정에 개입했는지 ^1억원대의 시계 두 개를 박 회장으로부터 받았는지를 조사했다.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노 전 대통령은 대체로 부인하는 취지로 답변했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포괄적 뇌물수수 혐의가 있다는 것은 명백해보인다. 하지만 영장을 청구할지, 아니면 불구속 기소할지에 대해서는 결정된 게 없다”라고 말했다.

김승현 기자 s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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