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IT 서포터즈, 이주 여성에 인터넷 교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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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온 지 6주 된 래티난(24·베트남)은 컴퓨터 공부를 하고 싶은 마음이 절실하다. 새색시지만 출산도 2년 뒤로 미뤘다. 경제난 때문에 공구가게를 닫은 남편을 돕기 위해서다.

래티난과 같은 이주 여성에게 ‘더블 클릭’부터 친절히 알려 주는 정보기술(IT) 전문가가 있다. KT가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 만든 봉사단체 ‘IT 서포터즈’ 단원들이다.


지난 24일 인천 서부지역 단원 5명은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상1동 복사골문화센터에 이주 여성들과 함께 모였다. 앞으로 두 달간 매주 금요일은 이곳 4층 컴퓨터실에서 ‘결혼이민자 인터넷 기초’ 교실이 열린다. 수업에 참석한 이주 여성 10여 명은 더듬더듬 키보드 한글 자판을 익혔다. 휴식 시간이 됐지만 쉬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보라색 유니폼을 입은 단원들은 책상 옆에 쪼그려 앉아 이주 여성들과 눈높이를 맞췄다. 교육생 마란(25·중국)은 “강사와 함께 보조교사들도 모르는 것을 일일이 가르쳐 줘 매우 만족한다”고 했다.

이날 강의를 맡은 이순주 과장은 올해 3기 IT 서포터즈로 뽑혀 지난 3월 한 달간 연수를 받았다. 이 과장은 “1~2년간 본업을 제쳐 두고 활동했던 이전 기수 단원들이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며 “전산기술을 담당했던 경험을 살려 은퇴 후에도 지역사회에 봉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태희 고객지원부 팀장은 “아시아 지역에서 한국에 온 이주민들이 온라인 쇼핑, 인터넷뱅킹은커녕 취업 정보를 얻거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낼 때도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IT 서포터즈는 다문화 사회에 발맞춰 이주민에 대한 ‘지식 기부’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07년 2월 출범한 IT 서포터즈는 지금까지 66만 여명에게 도움을 주었다. 이 가운데 결혼이민자와 외국인 노동자가 3만 여명에 이른다. 2007년 6월에는 스리랑카에도 없는 스리랑카어 입력 시스템을 개발해 교육하기도 했다. IT 서포터즈는 현재 전국 39개 권역에서 약 400여 명이 활동 중이다.

송충만(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이윤석(고려대 사학과) 중앙일보 대학생NGO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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