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지방자치의 구조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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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미국의 주 (州) 들은 3권분립의 엄연한 국가형태를 갖추고 있다.

독립때부터 각 주가 국가 (state) 의 자격으로 연방에 참여한 전통의 결과다.

각 주의 정치구조는 거의 똑같이 돼 있다.

그러나 그 밑의 자치구조는 각양각색이고 주민의 의사에 따라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

특히 도시지역에서 다양성과 변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지금우리가 하는 것처럼 시장 (mayor) 과 의회 (council) 를 따로 뽑는 구조를 채택하는 것은 일부 대도시 뿐이다.

또 하나의 구조는 행정위원회 (commission) 를 선출해 위원장이 시장 노릇을 맡고 위원들이 경찰.재정.교육 등 각 부서를 담당하는 것이다.

제3의 구조는 주민들이 의회만을 뽑고 의회에서 행정관 (manager) 을 위촉하는 것이다.

최근 30년 동안 많은 중소도시들이 이 제3의 형태로 전환하고 있다.

구조변화의 큰 방향은 선거직을 줄이는 간소화에 있다. 시민들의 정치적 무관심이 짙어지는 한편 교통.통신의 발달과 인구이동의 증가로 지역간 성격차가 무뎌지는 상황은 저비용.고효율의 방향으로 지방자치 구조를 몰고가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변화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원리가 있다.

자치의 구조는 주민들이 결정한다는 것이다.

헌법과 법률은 자치의 극히 기본적인 원칙만 규정해 놓고, 그 테두리 안에서는 주민들 마음대로다.

행정부만 뽑아도 좋고, 의회만 뽑아도 좋고, 양쪽 다 뽑아도 좋다.

선출된 대표들에게 월급을 많이 주든, 적게 주든, 안 주든 그것도 주민들 마음이다.

지방자치실시에 즈음해 과거의 행정구획보다 합리적인 체계와 구조를 강구하려는 노력이 일각에서 있었지만 무위 (無爲) 로 끝났다.

지역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할 시간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긴축을 향한 이번 지방자치 구조조정 논의 역시 중앙에서 일률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의 여수지역 3개 시.군 통합이 자발적인 구조조정으로 유일한 사례다.

효과적인 지방자치를 위해서는 의원수 감축보다 중요한 구조조정 방향이 많이 있다.

서울의 40여 구마다 의회와 행정부를 모두 선거로 뽑는 것, 일부 광역시와 제주도 등 소규모 광역단체를 다시 기초단체로 구분하는 것은 미국의 경우와 비교해도 엄청난 낭비다.

그런 낭비를 감당할 용의가 있는지, 누구보다 주민들 자신이 냉철히 판단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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