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5년간 '빈껍데기 장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국내 상장업계에서 부 (富) 를 가장 많이 창출해 온 회사나 기업집단은 어디일까. 증권거래소가 최근 나라 안팎에서 새로운 기업재무지표로 각광받는 '경제적 부가가치' (Economic Value Added.EVA) 개념으로 국내 상장사의 경영내실을 분석해 14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92~96년 5년간을 통틀어 삼성전자가 4조4천5백74억원으로, 96년엔 SK텔레콤이 2천9백14억원으로 각각 가장 많은 부가가치를 만들어낸 것으로 나타났다.

EVA란 재무재표상 이익규모에서 이자 등 투자에 필요한 각종 자본비용을 뺀 수치로 종전 당기순이익 지표와 달리 기업이 진짜 창출해 낸 순가치가 얼마인지를 가늠해 보는 개념이다.

이미 90년대 들어 AT&T.코카콜라.제너럴 일렉트릭 (GE) 등 구미의 유수 대기업들이 이 개념을 도입해 경영성과 분석과 사업구조 조정에 요긴하게 활용해 왔다.

EVA크기에 따라 재벌그룹의 순위를 매기면 매출액 기준 재계 5위인 선경이 SK텔레콤.SK 등에 힘입어 96년말 현재 수위에 올라서는 등 기업집단의 판도도 확연히 달라졌다.

또한 96년 상장업계 전체의 당기순이익은 2조5천여억원에 달했는데도 불구하고 EVA는 정작 마이너스 2조7천여억원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조사대상 5년 기간중 매출액은 3백52조여원으로 2배로 늘어났지만 EVA는 모두 1조9천여억원의 마이너스 수치를 기록하는 빈껍데기뿐인 장사를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96년의 경우 EVA를 낸 상장사는 29.1% (1백63개사)에 불과했고 기업집단별로 EVA를 창출한 곳도 선경 (2천4백15억원) 을 비롯해 현대.대우.금호.롯데.한화 6곳에 불과했다.

이번 작업은 미국 미시간대 김응한 (金應漢) 석좌교수 연구팀이 증권거래소 용역을 받아 95년말 현재 금융업과 관리대상종목을 제외한 주식 상장기업 5백70곳의 재무제표를 근거로 다섯달간 진행됐다.

홍승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